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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양호 회장 타계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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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양호 회장 타계가 남긴 숙제

2000억 원이 훌쩍 넘는 '징벌적' 상속세… '100년 기업' 기반 흔드는 폐단 사라져야

산업부 박상후 기자.
산업부 박상후 기자.
"최고경영자(CEO) 역할은 시스템을 잘 만들고 잘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항공업계 CEO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07년 9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어록이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로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갸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 위상을 제고하는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이런 그가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별장에서 타계했다. 올해 초부터 신병치료 차 미국에 머물고 있던 조 회장은 병세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평소 앓고 있던 폐질환이 대한항공 주총 결과 등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경영권 확보'에 여념이 없다. 현재 취약한 지배구조와 수천억 원 대의 '징벌적' 상속세, 행동주의 사모펀드와 국민연금 등의 견제 속에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조 회장 세 자녀인 조 사장(2.34%),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前) 대한항공 전무(2.30%) 등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보유 지분이 적어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13.47%)에게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조 회장(17.45%)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안전하게 상속받고 승계해야 하지만 2000억원대의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조 사장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룹 승계가 유력한 조 사장은 고인이 사망한 달로부터 6개월 이내인 오는 10월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상속하면 할증률 20%가 붙기 때문에 상속세 규모는 22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할증 30%가 적용되면 상속세 부담은 65%로 치솟는다. 최대주주의 주식 할증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65%인데 이래서야 100년 장수기업이 생겨날 수 있겠냐”고 상속세제를 비판하는 재계 목소리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박상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