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성토장' 된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무엇이 문제인가

산자부, 19일 코엑스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개최
'탈원전 반대' 구호와 고성에 야당 의원 즉석 기자회견까지

기사입력 : 2019-04-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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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패널 토론 모습.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향후 20년간의 국가에너지정책을 담게 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시위구호와 고성이 오간 '탈원전 성토대회'으로 끝났다.

19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은 에너지분야 최고 기본법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20년 단위의 에너지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으로 10개의 에너지관련 하위계획을 수립하는 기준이 된다. 3차 에기본은 2040년까지의 에너지정책 기본계획을 담게 된다.

이날 박재영 산자부 에너지혁신정책과장이 발표한 3차 에기본 정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의 7~8% 수준에서 2040년까지 30~35%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원자력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건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해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천연가스는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활용폭을 확대하며 석탄과 석유는 역할을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기본 정부안의 연구를 맡았던 에너지경제연구원 임재규 선임연구위원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로 한다는 것은 이때까지 꼭 달성하겠다는 의미보다는 이를 향해 가야 한다는 목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의 방청석에서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반대' 플랜카드와 '신한울 건설재개'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 구호와 고성이 터져나와 공청회 진행이 중단되는 등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방청객 질의시간에는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가 "에기본은 국가의 에너지 안정적 공급과 에너지 안보, 환경보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인데 이번 에기본은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정책화하는데 불과한 것"이라며 "탈원전을 먼저 정해놓고 탈원전이라는 꼬리가 에너지정책이라는 몸통을 흔드는 것은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방청객은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는 원전 수출을 위해 원전이 안전하다고 하면서 국내에서는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방청객은 "정부가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하는데는 과거 2차 에기본에 따라 건설 중인 원전의 건설을 중단시킨 것은 기존 계획을 철회한 것 아니냐"며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것인지 기존 계획마저 철회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하라"고 따졌다.

이 외에도 재생에어지 확대로 인한 잉여전력 처리문제와 전력 계통망 교란 문제, 전기료 인상문제가 지적되었고 온실가스 저감 로드맵과의 매칭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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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끝난 직후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공청회가 끝난 후에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즉석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의 질문에 '발언권을 받은 후에 질문하라'는 등 답변을 회피하는데 무엇이 두려워 답변을 회피하는지 모르겠다"며 "독일 등 다른 나라는 탈원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회입법과 국민투표를 거치는데 현 정부는 국회 입법이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날치기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정부는 탈원전이 앞으로 60년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이것이 가장 큰 거짓말"이라며 "당장 신한울 원전 건설 중단으로 원전 기자재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있고 울진 주민들도 생계가 막막한 상황인데 어떻게 현재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냐"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에기본이 2차 에기본과 내용이 많이 달라 '중장기 기본계획'이라는 의미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야심게 제시한 목표와 달리 이를 달성할 구체적 실현계획을 마련하기 어려워 '선언적 목표'에 그칠 것이라 지적했다.

한 학계 전문가는 "이번 정부안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30~35%로 잡았지만 지난 1, 2차 에기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11% 수준이었다"며 "불과 5년만에 에너지원별 구성 비중 등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면 백년대계의 국가에너지정책을 담는 에기본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면 그에 따른 구체적 비용분석과 설비구축 계획도 나와야 하는데 정부조차도 '도전적인 목표'라도 시인하는 것을 보면 구체적 실행계획이 뒤따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안을 보면 2040년까지 에너지 수요 목표를 거의 동결 수준으로 낮춰 잡았는데 이는 제로에너지 빌딩 등 에너지 및 IT 관련 기술혁신이 수반되지 않고는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라며 "기술혁신이 전제되지 않은 에너지 수요관리 목표는 4차산업혁명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불편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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