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장자 시대’의 장애인 대책

기사입력 : 2019-04-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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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전직’ 대통령이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었다.

“장애인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몇 해 전, 장애인의 날을 맞은 연설이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일터’를 놓치게 된 청각장애인 노점상 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었다. 서울 인사동에서 풀빵을 구워 파는 손모씨씨 부부였다. 손씨 부부는 구청에서 인사동의 거리 환경을 개선하면서 노점을 주변의 특화거리로 옮기라고 강제하는 바람에 14년째 일해 왔던 자리를 잃게 되었다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손씨는 대통령을 찾아가 면담하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근처에서 발이 묶여야 했다. 청와대는 장애인 부부가 감히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손씨는 별 수 없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장소로 옮기면 수입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며 "그러면 가정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 대책은 이런 수준이다. 말로만 장애인 대책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정권이라고 다를 것은 ‘별로’다. 연말을 앞둔 작년 12월 20일, 고용노동부는 7개 국가·자치단체, 19개 공공기관, 579개 민간기업 등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605개 기관·기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불과 8일 후인 12월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장애인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우리나라에 장애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된 분들이 많아 놀랄 때가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곧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협회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모멸적이고 노골적인 비하로… 이 대표는 즉각 퇴진하라”고 성토하고 있었다.

‘장자’에 나오는 지리소(支離疏)라는 장애인 이야기다.

지리소의 외모는 대단히 딱했다. “턱은 배꼽 아래 감춰져 있고, 어깨가 머리보다 높았다. 상투는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오장육부가 위쪽에 붙어 있었고, 두 다리는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이렇게 ‘중증’인데도 지리소는 바느질을 해서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도움을 줬다. 지리소는 사람들이 흘려준 곡식을 키질해서 쌀을 골랐다. 그것으로 10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나라에서는 병역을 면제해줬고 노역에도 끌려가지 않았다. 나라에서 장애인을 위해 곡식을 나눠줄 때는 상당한 곡식과 10다발의 땔나무도 받았다.

그 덕분에 “지리소는 장애인이지만 자신의 생계를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猶足以養其身), 타고난 천명을 누릴 수 있었다(終其天年)”고 했다. 아득한 ‘장자 시대’의 장애인 대책이 오늘날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나았던 것이다.

20일은 또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비율이나 따져보면서 ‘반짝 행사’를 열고 또 넘어가는 날이다. 올해 장애인의 날에도 행사만큼은 요란한 듯하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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