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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사우디 원전 수출 참여하라" 한수원 美러브콜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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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사우디 원전 수출 참여하라" 한수원 美러브콜 1순위?

러·중 진출에 위기감 한국 등 끌어들인 '팀USA' 컨소시엄 구성 검토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 중국 등에 뒤처져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발전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한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관료들은 한국 등 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사우디 핵개발 프로그램을 엄격히 감시하려는 미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사우디 원전시장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한수원 등 외국 에너지 기업들과 '팀 USA'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실현되면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제치고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좋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계획은 사우디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한 안전조치를 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 내 관료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을 발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사우디 첫 원전인 30킬로와트(kW)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가 수도 리야드 인근에 건설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가 원자력 에너지를 개발하려면 엄격한 핵사찰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미국 정부 내 일부 관료들은 한수원 등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과연 미국과 사우디 정부간의 '123협정' 체결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들의 수주 능력을 높여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23협정이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는 외국 정부와 맺는 양자협정으로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인도 그리고 우리나라가 처음 원전을 수출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도 미국과 123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NGO인 군축협회의 대럴 킴벌 회장은 "사우디와 같이 원자력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국가들은 핵무기를 갖기 위해 언제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한수원 등 한국 기업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이 미국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한국과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사우디 측은 미국과 한국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사우디가 123협정을 체결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한국 측의 주장에 따르면 사우디가 원하는 원전 기술 모델은 미국형이 아닌 한국형 원전이며 따라서 미국 기업들은 기술과 인력만 제공하면 되고 미국과 사우디는 123협정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 특히 에너지부 관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2010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합병된 회사인 컴버션 엔지니어링이 한국의 원전 개발을 위해 한국측에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 줬고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원자로 건설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원자로가 독자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원자로라 하더라도 이는 미국 기술에 기반한 원자로라는 것이 미국 관료들의 입장이며 이들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 정부에 123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사우디가 미국보다 한국을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원전 기술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미국처럼 엄격한 핵사찰을 요구하지도 않고 123협정과 같은 양자협정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정서 서명 등을 요구하지도 않기 떄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외신에 따르면 한수원 등 한국 에너지 공기업들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미 UAE에 4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고 또 요르단에도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한 1억7300만달러(약 195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 관료들은 사우디가 IAEA 추가의정서에 서명하고 엄격한 핵사찰을 수용하도록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 줄 것을 한국 측에 설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한편 브래드 셔먼 미국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든 맺지 않든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원래 미국의 것이었던 기술을 사용해 온 만큼 사우디가 미국과 123협정을 맺을 때까지 사우디에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며 "만일 사우디가 미국과 123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핵개발을 강행한다면 그들은 이란의 길을 간다고 볼 수밖에 없어 더 이상 미국의 동맹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