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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땅 고가로 사기판매 '기획부동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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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땅 고가로 사기판매 '기획부동산 주의보'

제3판교테크노밸리 인근 금토동 일대 "개발 호재" 과대광고 투자자 유인
3.3㎡ 3만원대 매입 뒤 7배 23만원에 팔아 수백억 차익…20~30대도 피해

'성남 금토동 제3판교 테크노밸리' 개발호재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금토동 지역에 주민들이 적정한 땅값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성남 금토동 제3판교 테크노밸리' 개발호재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금토동 지역에 주민들이 적정한 땅값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 사진=뉴시스
"요즘 가격 정보를 알고 있는 기획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성남 금토동 제3판교 테크노밸리'와는 상관없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금토동 산 73번지 일대'의 땅을 테크노밸리의 개발 혜택지로 부풀리거나 추후 개발 호재감이라고 과대광고하며 수요자들을 현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전국 토지·건물 시세정보 플랫폼 ‘밸류맵’의 이창동 리서치팀장은 최근 기획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광고하는 개발호재와 거짓으로 흘리는 가격정보에 속아 개발 가치가 없는 땅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본 수요자 실태를 소개했다.
17일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 간 기업형 기획부동산이 매매한 토지거래 건수는 1만 1646건으로 같은 기간 토지실거래 신고건수 18만 1369건의 약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밸류맵이 전국의 기획부동산 거래 현황을 처음 분석한 지난해 하반기 7~10월의 1만 4529건, 실거래신고건수의 8.1%보다 일부 감소한 내용이지만 총 거래액이 여전히 3000억원이 넘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3기 신도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남북경협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한 경기도의 기획부동산 추정 거래건수가 7393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경기도 전체 토지거래량(4만 3764건) 대비 16.9%에 이르는 물량으로 전국 평균 대비 3배 가량 높았다.

세종자치시도 역내 토지 총거래량 2619건의 30.6%에 해당하는 802건이 기획부동산 거래물건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충청남도(930건), 강원도(700건), 인천(547건) 순으로 많았다.

기획부동산 거래방식과 관련, 가령 A라는 고객이 130만㎡(약 40만평) 규모의 토지 중 10%의 지분을 사는 것처럼 땅의 권리를 지분으로 샀더라도 그 땅을 소유자를 A로 특정할 수 없고 A가 독단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밸류맵은 지적했다.

즉, 땅의 지분만 소유하였기에 그 땅을 활용하더라도 다른 소유자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피해사례가 전해지는 성남시 금토동 산 73번지의 경우엔 땅 소유자가 300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실상 해당토지의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밸류맵의 설명이다.
컨소시엄 형태의 기획부동산이 '제3 테크노밸리'라는 키워드로 수요자를 유인해 과장광고로 판매하고 있는 성남 금토동 산73번지 일대는 지난해 7월 138만 4964㎡ 토지를 153억 6071만원에 매입해 3.3㎡당 3만 6665원인 땅을 투자자들에게 6배 이상인 23만원에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5일 기준으로 지분권자만 3000명이 넘어섰다.

밸류맵은 성남 금토동 산73번지 일대의 지분 과다등기로 지분 분석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3.3㎡당 23만원으로 해당 토지의 전체를 매각할 경우 총 매각금액이 963억원에 추정되고 매각 차익만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토지의 절반만 팔아도 매각금액이 약 480억원으로 기획부동산업자들이 33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다는 설명이었다.

이 팀장은 "경기도 성남 금토통 산꼭대기에 자리잡아 개발가치가 없는 땅을 '컨소시엄' 형태의 기획형 부동산들이 수백명의 지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제 토지활용이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중개업자는 아무 쓸모가 없는 땅을 싼 값에 매입 뒤 그 지역이 개발호재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로 퍼뜨려 수요자들을 유인해 개발제한구역의 임야 전체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 인근의 그린벨트나 보존관리지역 임야 등을 컨소시엄 형태로 여러 회사 명의로 공동구매한 뒤 텔레마케팅이나 블로그 영업을 동원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에 현혹된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면 확보금, 또는 입찰금이라는 형태로 희망하는 땅 지분의 구매금액 10%를 우선 입금하도록 유도하고, 직원들을 파견해 계약서를 작성한다. 확보금 입금 전까지는 땅의 상세한 지번 등 알려주지도 않는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 단기계약직 직원을 대량 채용해 직원에게 우선 지분매매를 하는 등 다단계식 영업방식도 동원하고 있다.

기획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지분 형태는 차후 매매가 가능하며, 만일 매매가 안 되면 자신들이 다시 되사준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분 판매 당시 이미 매입가의 4~5배 이상의 고가로 매각이 이뤄져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높고 수백 명의 지분권자들이 나눠져 있어 토지 이용이 현저하게 제한돼 있다.

또한 고의적으로 법인명을 수시로 변경하거나 휴폐업, 신규법인 개설 등을 반복해 1~2년이 지나면 해당 법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이창창동 팀장은 충고했다.

이 팀장은 "기획형 부동산의 지분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수요자를 공략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가 진짜 그럴듯 해 보이기 때문에 '그래도 부동산이니까 안전하겠지'라고 믿는 이들에게 '허상'을 심어주는 과대광고에 쉽게 걸려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부동산의 과대광고에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층까지 현혹되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기획부동산의 말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자신이 구입하려는 토지의 지번을 밸류맵 등에서 확인해야 하며 지분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은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esta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