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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국에 대량 실업폭탄 안길 '중국제조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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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국에 대량 실업폭탄 안길 '중국제조 2025'

박희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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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亂世)다. 난세란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 따위로 어지러워 살기 힘든 세상을 말하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며 정치도 무질서한 것은 아니니 지금의 한국을 난세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연거푸 열렸고 무력충돌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정당이 극심한 정쟁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권력쟁취과 정치의 본질인 점을 감안하면, 작금의 정치는 오로지 권력쟁취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정신이 얼떨떨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운 일이 많아 난세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연초부터 쉴새 없이 터지는 사건사고들을 보라. 도무지 뭐가 뭔지 가늠하기 어렵다.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김태우 전 수사관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환경부 를랙리스트’ 의혹, 강남의 유흥업소 버닝썬 사건과 남양유업 외손자 황하나씨 마약투약 등 자고나면 새로운 사건사고가 터졌다.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불법 환적 선박 적발 등 남북한을 둘러싼 굵직한 소식도 많았다.

큰 사건이 터지면 새로운 소식이 나오면서 앞의 것을 덮어버리고 국민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치 스핀닥터(여론 조작자)가 있어 국민의 관심을 본질에서 다른 데로 돌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울 정도다.그중 하나가 실업문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실업률은 4.3%다.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10.8%다. 각각 1년 전에 비해 0.2%포인트와 0.8% 포인트 하락했으니 실업률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실업자가 119만 7000명으로 지난해 3월 125만7000명, 올해 2월 130만3000명과 비교해보면 준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10배 이상, 인구는 7배 이상 큰 미국의 3월 실업률과 실업자는 3.8%와 620만 명이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오명을 받은 일본의 실업률은 2월 기준으로 2.3%였다.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을 나타내는 구인비율은 지난해 1,63배였다. 구직자 1명에 일자리 1.63개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100만 실업대군이 양산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것도 이유일 수 있고 기업이 채용을 기피하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정부야 수십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있으니 100만 실업대군이 정부 탓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탓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한국을 추격하거나 이미 앞선 중국 기업에 밀려 상품, 플랜트 등의 수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울산, 창원, 군산으로 이어지는 남서해안 ‘조선벨트’는 무너진 지 오래다. 기계공단 창원의 사정은 처참하다. 수출 기업이 무너지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인건비가 비싸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중소업체 대표 가운데는 회사를 접고 떠날 생각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채용을 꺼린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검찰의 수사와 세무당국의 세무조사, 경찰의 내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래도 이들 탓일까.

문제는 앞으로도 실업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제조업 대국을 넘어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주요 10개 산업을 전폭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중국 경제를 이끌 엔진은 제조업”이라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기반을 건설하는 것은 중국이 영향력을 높이고 국가 안보를 지키며, 세계의 강대국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반도체와 5세대 정보통신 등이 포함된 차세대 정보기술, 고정밀 수치제어와 로봇, 항공주장비, 첨단기술 선박, 신소재, 바이오의약 등을 집중육성하고 있다.'중국제조 2025'가 실현되는 날 한국과 한국 기업이 설자리는 있을까? 답은 "아니다"에 가까울 것이다.

중국제조 2025는 우리에겐 암울한 미래 '디스토피아'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에 대량실업 안길 핵폭탄이다.이것이 스핀닥터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사건사고로 파묻고자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문제의 본질 아닐까.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