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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만원 더 빼 드릴게요"…5G폰 통화품질 대신 보조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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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만원 더 빼 드릴게요"…5G폰 통화품질 대신 보조금 경쟁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에서 고객들이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에서 고객들이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웅 기자)

"보조금 상한액에서 20만원 더 빼 드릴게요...대신 현금으로"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는 주말을 맞아 활기가 넘쳤다. 어림잡아도 50개 이상의 휴대폰 매장이 촘촘히 들어선 집단 상가에는 휴대폰 구매를 위해 상담을 받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상인이 기자를 붙잡았다.

필요한 게 뭐냐고 묻는 그에게 삼성전자의 첫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되물었다.

"5G요? 많이들 물어보세요. 새로 나온 제품이니까 일단은 관심을 많이 가지셔요. 그런데 저는 아직 하나도 못 팔아봤어요."

통신 3사는 지난 5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갤럭시 S10 5G'의 개통을 시작했다. 5G 개통 이후 열흘이 지난 현재 5G 가입자는 1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TE 가입 속도보다 4배 정도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통신사의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날 5G 대신 LTE 스마트폰을 구입한 한 고객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일단 (5G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지금은 LTE폰으로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는 주말을 맞아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최지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는 주말을 맞아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최지웅 기자)

상당수 고객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지국 미비에 따른 불안정한 서비스로 인해 5G폰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갤럭시S10 5G 출고가는 256GB버전이 대당 약 139만여원, 512GB는 약 155만원으로 책정됐다. 기존 LTE와 체감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다는 점이 5G 서비스의 한계로 지적된다. 5G는 이론적으로 기존 LTE보다 20배가량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지만 아직은 5G 속도에 2배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하자마자 갤럭시S10 5G를 구매했다"는 한 고객은 “20배까진 아니지만 기존보다 좀 더 부드러워지고 빨라진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5G 신호가 잡히는 곳이 별로 없고 신호가 잡혀도 5G가 됐다 LTE가 됐다 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소모가 매우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5G 서비스 제공 범위는 수도권과 6대 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5G용 콘텐츠로 꼽히는 초고화질 영상이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는 LTE와 와이파이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된다. 미완성 5G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당수 고객들은 비싼 가격과 불안정한 서비스를 이유로 5G 스마트폰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게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의 말이었다. 고객들이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웅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상당수 고객들은 비싼 가격과 불안정한 서비스를 이유로 5G 스마트폰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게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의 말이었다. 고객들이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웅 기자)

이러한 가운데 서울의 가장 유명한 휴대폰 상가로 꼽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상가에서는 5G 가입자 유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5G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공시지원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주는 불법행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갤럭시S10 5G 개통에 필요한 금액을 설명하던 한 상인은 구매를 망설이는 기자를 향해 20만원을 더 빼주겠다고 파격 제안했다. SK텔레콤의 5GX 스탠다드 요금제 가입 시 제공되는 기본 지원금 42만5000원에 추가로 20만원을 더 지원해 준다는 것이었다. 대신 현금 구매를 요구했다. 그는 "이런 걸 원해서 여길 찾아오는 거 아니냐"면서 "과거 LTE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처럼 보조금을 많이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갤럭시S10 5G의 공시지원금을 출시 첫날부터 대폭 상향했다. 지난 5일 LG유플러스가 공시지원금으로 애초 계획보다 많은 최대 47만5000원을 책정하자 SK텔레콤이 곧바로 기존 공시지원금을 54만6000원까지 올렸다. 현행 단통법은 공시지원금을 최소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일 공시지원금을 인상한 SK텔레콤은 단통법 위반 과태료를 물게 될 전망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KT도 지난 13일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시지원금을 올렸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경쟁적인 보조금 지원으로 고객빼앗기에 나서고 있지만 기자가 처음만난 5G개통 소비자의 '5G 통신품질' 얘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최지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