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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고객 서비스 아직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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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고객 서비스 아직 한참 멀었다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생활경제부 김형수 기자
갑자기 뱃속이 꾸르륵거릴 때 눈앞에 나타난 화장실은 커다란 위안을 준다. 볼일을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가게 되지만. 대형마트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지나친 언사일까.

대형마트 업체들은 매장 안에서 낮은 가격을 앞세워 하나라도 더 사라고 부추긴다. 이마트는 다음달 1일까지 대규모 할인행사 ‘블랙이오’를 실시한다. 양파·굴비 등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무한담기 행사’도 한다. 롯데마트는 17일까지 ‘극한가격’을 내걸고 치킨·한우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도 17일까지 개최하는 ‘쇼핑하라 2019’ 특별전에서 먹거리·생필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
다양한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하나라도 카트에 더 담으라며 그들이 보냈던 간절한 눈빛은 계산대 앞까지만 닿는 모양이다. 장을 다 보고 매장을 나설 때 겪어야 하는 불편은 그대로다. 급박했던 상황을 넘기고 화장실을 나서는 사람이 고마웠던 화장실을 데면데면 바라보는 꼴이다.

계산대에 선 사람들은 계산원이 스캔한 물건을 정신없이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계산대 끝 공간이 좁아 재빨리 짐을 챙기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산 물건과 섞이기 십상이다. 그 뒤에는 다음 사람을 위해 쫓기듯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들렸던 한 슈퍼마켓은 달랐다. 계산대는 Y자로 생겼다. 계산원이 Y자의 분기점에 서 있고 고객들은 두 라인을 번갈아 사용한다. 계산원은 분기점에 놓인 장치를 손으로 툭툭 쳐서 라인을 이쪽저쪽으로 바꿨다. 계산원은 앞사람이 A라인에서 물건을 챙기는 동안 뒷사람의 물건을 B라인으로 보냈다. 매장을 떠나는 사람들의 편의까지 고려한 것이다.

Y자 계산대를 제작하는 데 엄청난 신기술이 필요했을까. Y자 계산대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지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기본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저렴한 가격만 손님을 끌어당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김형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