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가상현실(VR)헤드셋 장치를 팔면서 "빅브라더가 보고 있다"는 등의 괴상하고 부적절한 ‘부활절 달걀(이스터에그) 메시지’를 넣어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증폭시키는 재난을 불러일으켰다.
‘부활절 달걀’ 문구에는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메이슨이 여기 있다”, “이 공간을 임대함” 그리고 “안녕, 아이픽스잇! 우리는 당신을 보고 있다”같은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이 괴상하고 부적절한 부활절 달걀 문구는 원래 프로토타입(시제품) 컨트롤러에만 탑재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일부 판매된 제품을 포함해 수만 대의 오큘러스 VR 헤드셋 터치 컨트롤러에 탑재돼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트 미첼 오큘러스 제품 담당 책임자는 “불행히도 실수로 수십만 대의 터치 컨트롤러용 내부 하드웨어에 프로토타입용 일부 ‘부활절 달걀’ 라벨이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의 무결성과 기능이 손상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프로세스를 수정했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더버지에 “부활절메시지는 출시될 예정인 ‘오큘러스 리프트S’와 ‘오큘러스 퀘스트’용 터치 컨트롤러에 숨겨져 있었으며, 지난 2016년 출하된 오리지널 오큘러스 터치 컨트롤러에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부활절 달걀 메시지는 오큘러스 VR 터치 컨트롤러의 ‘플렉스(flex)’부분에 위치한다.
조안나 피스 오큘러스 대변인은 “아직 퀘스트와 리프트S가 아직 (본격)출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장치들과 함께 판매된 장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는 네이트의 트윗에 언급 된 바와 같이, 이 메시지가 퀘스트와 리프트S가 출하될 때 수만 대의 컨트롤러 쌍에 내장되어 소비자에게 배송될 뻔 했다는 의미다. 조안나 피스 대변인은 “우리 커뮤니티와 투명하게 하며, 오류가 있을 때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버지는 페이스북은 사용자를 감시하고 있다는 끊임없는 의혹에 끊임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제품 내부의 음모 메시지를 포함시키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지적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3일 페이스북이 그간 전자기기 제조사들과 고객 개인정보를 공유한 혐의로 미국 검찰로부터 범죄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2명을 인용, 뉴욕 동부지검이 감독하는 대배심이 적어도 2곳 이상의 스마트폰 등 기기 제조사에 관련 기록 조회를 요구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날 기록 제출을 요구받은 제조사들은 페이스북과의 데이터 거래를 통해 사용자 수억 명의 개인정보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규제당국과 검찰은 기기 제조사들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용자의 페이스북 친구와 연락처 등 다른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을 20억 명이나 거느린 페이스북의 불법적 데이터 거래 관행은 지난 2016년 영국의 정치 컨설팅 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에 앱을 심어 고객의 질문을 유도하고 고객 성향을 파악한 후 이들 8700만 명의 성향을 파악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왔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미 의회증언으로까지 이어졌다. 페이스북은 이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소니 등 150여개 제조사와 체결한 데이터 거래를 대부분 중단했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