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국가대표 기업' 보잉과 화웨이, 동시 이미지 하락

공유
3

[글로벌-Biz 24] '국가대표 기업' 보잉과 화웨이, 동시 이미지 하락

항공과 통신장비 분야 압도적인 우위 '닮은 꼴'…해법과 결말은 다를 듯

미국 항공 대기업 보잉과 중국의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항공 대기업 보잉과 중국의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미국 항공 대기업 보잉과 중국의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다른 업종이다. 하지만 최근의 난처한 상황은 양사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양사 모두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각각 자국 정부에 중요한 존재이며 강요에 의해서도 고객이 쉽게 타사로 갈아타지 못하고, 최근 양사 모두 상당한 이미지 하락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는 '품질 위기'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보잉은 '737MAX8'형 여객기가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잇따라 추락 사고를 일으켜 총 346명의 희생자를 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화웨이는 스스로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를 위해 정보를 절취해 왔던 행위가 미국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 동시에 두 회사는 모두 각각의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견제를 받고 있다. 양사의 이 같은 불편한 입장은 미중 양국 모두에 미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수출에서 민간 항공기 부품의 비율은 약 5%를 차지했다. 또 보잉이 상용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점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5%의 비율은 보잉이 이룬 실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보잉은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적 기업인 셈이다.

화웨이 또한 전 세계에 저가의 통신 기기를 공급함으로써 '메이드 인 차이나'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지위 때문에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모델 체인지를 꾀하려는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화웨이를 비판하는 파벌은 "중국의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동맹국들에 대해 화웨이의 제품은 '스파이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입찰에서 배제하도록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보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방임주의'는 도를 지나쳤다는 비난이 따른다.

실제 미 연방항공국(FAA)은 전 세계 당국 중 가장 늦게 737MAX의 운항 중지를 명령했을 뿐 아니라, 사고 항공기에 대한 검증 절차 일부를 보잉의 사내에서 실시하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 전 세계의 비난을 받고 나서야 적절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보잉과 화웨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미중 정부의 대처에서도 양사는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닮아 있는 양사도, 문제 해결에 이르러서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에 비해 보잉이 겪고 있는 상황은 인명 손실과 관련돼 있는 만큼 심각성이 더하지만, 오히려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화웨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 여부는 그 성질상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어렵고, 따라서 전 세계의 이해를 구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전반에 관한 문제이며, 앞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면 보잉은 적어도 제 3자가 확인 가능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보다 문제 해결이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수정하고 파일럿을 위한 적절한 훈련 태세를 확보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FAA는 항공기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은 3월에 지명한 차기 장관 내정자가 정식으로 취임하면 적절한 리더십도 확보할 수 있다. 이로써 보잉이 화웨이보다 나은 명예 회복의 길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