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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타계...한진그룹 향후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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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타계...한진그룹 향후 행보는?

장남 조원태 체제 본격화될 전망… 2대주주 KCGI 공세 '주목'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며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은 국내 항공역사를 새로 쓴 경영인이다. 대한항공은 매출액이 조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해인 1998년 4조5854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12조6512억 원으로 20년 만에 약 3배로 늘렸다.

대한항공 자산 규모도 1999년 7조8015억원에서 2019년 24조394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 대수 166대, 취항국가·도시 숫자 44개국 124개 도시에 이르는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섰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수십 년간에 걸쳐 국내 최강의 항공사 그룹으로 일궈냈지만 말년에 일가족의 갑질 논란이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배임에 횡령 혐의까지 받아 경영권까지 박탈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굴욕으로 점철된 말년을 뒤로 한 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사장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 돌입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진그룹은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해 항공 등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28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규모가 30조5000억 원으로 재계 14위다. 또한 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대한항공, 한진 등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 2.34%,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순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조 회장 장남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해 10월 제주시 이도1동 KAL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ssociation of Asia Pacific Airlines, AAPA) 제62차 사장단 회의(Assembly of Presidents, AP)에서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해 10월 제주시 이도1동 KAL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ssociation of Asia Pacific Airlines, AAPA) 제62차 사장단 회의(Assembly of Presidents, AP)에서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원태 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해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이듬해인 2017년 1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조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조 사장이 사장이 된 후 대한항공은 지난해 유가 급등이라는 악재에도 적극적인 신(新)노선 개척과 대대적인 서비스 혁신, 과감한 투자로 세계 항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KCGI 공세에 '경영 시험대' 오른 조 사장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조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을 밟겠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진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겨냥한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3.47% 갖고 있다. KCGI와 한진칼 3대주주 국민연금(6.64%)과 합치면 한진그룹 2·3대 주주 지분율이 20.11%에 달한다.

KCGI는 한진칼 지분과 (주)한진 지분도 매입해 조 사장 승계에 제동을 건 상태이며 조 사장도 일가의 도덕성 논란과 경영 실적 하락, 경영권 위협 등으로 승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의 한진칼 지분이 2.34%에 그친데다 장녀 조현아(2.31%), 차녀 조현민(2.30%) 등의 지분율도 크지 않다"며 "조 사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조양호 회장 지분(17.84%)를 상속받아야 하는데 상속세율 50%와 여기에 기업 승계를 위한 상속에 추가로 붙는 최대 30%의 할증을 고려하면 1700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이 당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 사장이 상속세 납부와 주식 확보를 하지 못할 경우 KCGI와 '연금 사회주의' 성향을 띈 국민연금 공세에 경영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