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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EC 법제화 움직임에 사우디 "탈달러" 대응 위협,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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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EC 법제화 움직임에 사우디 "탈달러" 대응 위협, 결과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에너지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미국 의회는 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NOPEC)의 법제화를 추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통제하려 들고 있고 OPEC은 NOPEC을 통과시킨다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원유를 거래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OPEC의 탈달러화는 산유국과 석유수입국으로 미국의 달러 지배권에서 벗어나려는 러시아와 중국에 힘을 실어주고 달러화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OPEC이 과거 최대 고객이었던 미국에게 원유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OPEC이 과거 최대 고객이었던 미국에게 원유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석유 산업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사우디 에너지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몇달 간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다른 통화를 바꾸는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미국 에너지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사우디는 자기들이 달러라는 극단적 선택권(nuclear option)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사우디의 이번 위협은 미국이 NOPEC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붕괴되는 것은 미국 경제라고 시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에 상정돼 있는 NOPEC은 지난 2000년부터 여러 차례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탄력을 받았다.

NOPEC은 산유국들이 담합할 경우 미국이 반독점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OPEC이 원유 가격을 담합하고 있는데도 국제법때문에 OPEC을 처벌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OPEC을 처벌할 수 있다. 미국이 반독점법을 적용하면 OPEC 회원국들의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할 수 있다.

NOPEC법이 법제화된다면 OPEC 회원국들의 탈퇴가 잇따르면서 OPEC이 와해되고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최대한 늘리면서 국제유가는 대폭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라로 내려간 2013~2014년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이런 NOPEC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며 원유 거래에서 달러를 쓰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보 보인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사우디가 달러 거래를 중단한다면 원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달러 패권'은 약해질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은 원유선물 거래에서 결제통화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위안화 표시 달러 선물계약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사우디는 달러 거래 중단 외에도 미국에 대한 투자금 회수까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현재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달러로 (국채 보유 등을 통해) 재무부에만 1600억달러를 투자했다. 통신은 사우디가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사우디의 달러 페그제도 폐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는 지난 1986년 이후 리얄화를 달러당 3.75달러에 고정하는 페그제를 운용하고 있다.

사우디가 만약 달러를 경제통화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미국 달러의 지배력도 흔드는 것은 물론 NOPEC으로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다른 산유국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도록 촉진할 게 틀림없다. 더욱이 미국은 사우디에 F-15 전투기,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 등 막대한 무기를 팔고 있는 만큼 NOPEC법안을 통과시킬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