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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박삼구 퇴진, 주도적 사업·경영권 승계 '힘의 이동'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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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박삼구 퇴진, 주도적 사업·경영권 승계 '힘의 이동' 불가피

양대 항공사 사주 동시 퇴진 이례적…경영권 공백 메우기 후속조치 예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주주총회를 맞아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국내 양대 대형 항공사 사주가 저마다의 이유로 동시에 권력의 핵심에서 물러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단 이들의 퇴진으로 한진과 금호이사아나그룹은 경영권 공백을 메우기 위한 '힘의 이동'이 예상된다.

조 회장과 박 회장 퇴진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설명하면 '타의에 의한 실권'과 '자의에 의한 실권'이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과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결국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다. 박 회장도 갑질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감사보고서 ‘한정’의 견으로 촉발된 회계 문제가 금호아시나아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로 번지면서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한진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박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권을 자진 포기해 조 회장과 박 회장의 그룹 영향력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한진측이 강조한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설명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양측 모두 타의건 자의건 그룹내 ‘권력의 핵’ 역할에 제한을 받게 돼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힘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조 사장은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돼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2016년 금호산업 사장을 거쳤고 2018년 9월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선 조 회장과 박 회장 모두 아들을 중심으로 그룹 재편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주주 및 채권단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과 박 회장이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경영 개입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즉 외부 시선을 의식해 아들들에 힘을 이동시키는 가시적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대신 이들은 측근 등을 통한 '막후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반대 의견 속에서도 조 회장 최측근 석태수 대표가 그룹 지주사격인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해 조 회장은 경영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진칼 2대 주주(지분 10.71%)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난 29일 열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예고하고 반대 의결권을 모았지만 석 대표 연임을 막지 못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 29.96%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석 대표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은 조 회장의 우회적 지배를 뜻한다.
박 회장은 당분간 비상경영위원회를 활용해 경영 공백을 메우고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박 회장이 최측근 이원태 부회장에 비상경영권을 부여한 만큼 사실상 그룹 전체가 박 회장 지배력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구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진다. 금호고속은 박 회장(31.1%)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이 57%에 달한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 45.3%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각각 갖고 있다. 그룹 전체 경영에서 박 회장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그룹 지배 구조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박 회장에 지분 사재 출현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과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하지만 실질적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만큼 ‘퇴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양대 그룹의 그룹 지배권을 놓고 여러 뒷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