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박영선 때리기 청문회’였다. 미리 예고됐던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당은 별렀다. 박 후보자는 4선 의원으로서 지난 15년간 여러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해온 ‘원조 인사청문회 저격수’다. 하지만 이번엔 공수가 뒤바뀌었다. 박영선이 후보자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전형적인 내로남불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영선은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와 끊임없는 의혹 제기에도 주눅 들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것까지는 괜찮다고 치자. 그런데 야당 의원들을 가르치듯 하는 태도도 보여주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우리가 후보자에게 청문회를 당하는 것이냐. 태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언성이 더욱 높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야당 의원 시절 청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동영상을 보여주며,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부실 문제를 꼬집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자료 없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인사청문회가 하루짜리 푸닥거리냐” 라는 등의 발언으로 장관 후보자들을 거세게 공격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자신이 당했다고 할까.
또 정우택 의원은 “후보자는 청문위원 시절 ‘낙마왕’ ‘저승사자’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후보자와 그의 배우자, 자녀들의 신상을 아주 탈탈 털었지 않느냐”면서 “이제 그 입장이 바뀌었는데 후보자도 동일한 잣대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지적했다가, 홍일표 산업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듣기도 했다.
이같은 공방에 한국당 의원들은 저녁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고의적으로 핵심을 흐리는 불성실한 답변태도, 뻔한 증거에 비아냥거리는 거짓말 해명, 중기부 직원들에게 책임전가하는 모습까지 참으로 장관후보자 답지 못한 수준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게 박영선의 본래 모습 아닐까. 머리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판을 깬 셈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