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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손담비 ‘미쳤어’로 스타가 된 지병수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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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손담비 ‘미쳤어’로 스타가 된 지병수 할아버지

지난 24일 전국노래자랑서 인기상 받고 스타덤에 올라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더라는 말이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에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른 지병수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77세. 유튜브에 올린지 이틀만에 조회수 71만회를 기록했다. 26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까지 했다. 나도 두 번에 걸쳐 동영상을 보았다. 오랜만에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었다.

지 할아버지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종로의 멋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MC 송해는 ‘미쳤어’를 선곡한 그를 향해 “부를 노래가 깜짝 놀랄 노래다. 미쳤어? 미쳤어!”라고 했다. 마이크를 잡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젊은 가수의 노래라 박자 맞추기도 어렵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박자를 잘 맞추었고 멋진 춤도 선사했다.
할아버지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관중석도 비쳐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노인들이 이런 선곡을 하는 경우 끝까지 부르기 쉽지 않다. 중간에 “땡”하고 들어갈 때가 많다. 관중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관중 가운데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얘기다.

할아버지는 ‘미쳤어’ 뿐만 아니라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도 멋지게 불렀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77세 어르신이 ‘미쳤어’ 선곡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가수 박진영의 ‘허니’도 잘 부른다”며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냥 그렇게 마음 비우면서 노래를 좋아하니까 그렇다”면서 “(평소)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는 ‘인생은 70세부터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그냥 아프지 않는 게 소원이다. 아프지 않고 그냥 즐겁게 살다가 어느 순간 가는 게 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내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기 때문”이라며 “그 돈으로 집세 내고 담배 사고 그런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 할아버지가 얘기하는 게 바로 행복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안에 있다.

할아버지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원곡 가수 손담비에게 듀엣을 요청하기도 했다. “담비씨, 내가 담비씨 노래 ‘미쳤어’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같이 듀엣으로 한번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손담비가 할아버지의 청을 들어줄 것으로 본다. 둘이 함께 노래 부르면 초대박이 날 것 같다. 이미 할아버지도 스타다. 그만한 기량을 갖추었다.

요즘 본 방송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틀면 온통 우울한 소식 뿐이다. 할아버지를 보면서 IMF 시절 박세리가 생각났다.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 할 때 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샷을 한 뒤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할아버지도 충분히 그만한 역할을 했다. 전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병수 할아버지가 더 많은 활동을 했으면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희망과 웃음이 필요하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