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물고기 간 대화(소통)가 가능할까? 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실현됐다. 물고기 집단의 헤엄치는 결정이 1000km 떨어진 벌집단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고 그 반대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아직은 콘셉트 증명 수준이지만 의미는 작지 않아 보인다.
물고기와 꿀벌은 통역자 역할을 하는 로봇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한다. 벌 로봇과 물고기 로봇들의 상호작용이 각 동물그룹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동물의 생체신호를 읽고 그에 따라 해석하는 원리로 개발됐다.
파리 디드로 대학 물리학자인 호세 할로이는 새로운 실험을 위해 스위스연방공대(EPFL),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 등과 협력해 인터넷 통신 기술로 다른 두 종(벌-물고기) 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자연상태에서는 상호작용하지 않는 두 개의 다른 종인 꿀벌과 제브라 피쉬를 가지고 실험했는데 이들은 10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 공동연구자이자 사이언스로보틱스지 논문 공저자 프랑크 보넷은 “우리가 한 일은 극단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30분간 이뤄진 실험에서 이들 동물에 집단적 선택을 하도록 제시했다.
꿀벌의 경우 선택지는 두 개의 열 방출 로봇 중 어느 쪽에 모일지를 결정하는 것이었고, 제브라 피쉬의 경우 로봇물고기와 함께 있는 도넛 모양의 탱크에서 어느 방향으로 헤엄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제브라 피쉬 그룹과 난 지 하루된 꿀벌에 합류시킨 로봇을 통해 이 두 종(species)이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벌떼 속에 작은 단말기(로봇) 2개를 심었고 1000km 떨어진 곳에 있는 물고기 떼 사이에 로봇 물고기 한 마리를 넣었다. 이후 물리적으로 분리된 두 생물 군체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두 다른 종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됐다.
취재=이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