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 韓 반도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공유
0

[기자수첩] 韓 반도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산업부 오만학 기자
산업부 오만학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오만학 기자] 지난 20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장에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총장을 찾은 주주 1000여명은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를 향해 연거푸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에는 삼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특히 한 주주는 “지금 삼성 반도체가 중국 추격에 맞서 ‘초격차’를 유지할 실력이 있는가”라며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위기설(說)을 그대로 전했다. 주식이 50분의 1로 액면분할돼 ‘국민주’가 된 삼성전자의 실적하락은 ‘국민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이에 김기남 대표이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혁신하겠다”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각종 통계들 역시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해 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반도체 실적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 59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으로 2017년 4분기에 비해 10.2%, 28.7% 각각 떨어졌다. 투자업계에서는 올 1분기 역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8조2000억원)나 폭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불황 여파로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인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위기론은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주춤하기 직전 실적이 워낙 초호황이라 상대적으로 시장둔화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라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도 아니라 ‘위기’라고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외신 역시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투자계획을 축소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불거진 위기설(說)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 반도체의 압도적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삼성과 하이닉스가 잇따라 세계 최초로 내놓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두고 업계에서는 ‘경쟁업체 기술보다 몇 년은 앞서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해 발간한 그의 저서 <초격차>에서 "압도적이지 않으면 제아무리 1등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부단히 변신한다면 초격차라는 압도적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오랜 세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변신 중에 있고 매번 시장의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금의 초격차가 유지되는 한, 우리의 반도체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만학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