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최근 차익실현, 계획대로 자사주 매입시 우리사주 영향력 증대
자사주 매입규모 1000억원까지 확대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KB금융그룹 최대계열사인 KB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1월 25일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서 보로금 100%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보로금은 일종의 특별보너스로 출연규모만 650억원이다. 이를 합치면 자사주 매입규모는 약 988억원으로 거의 1000억원에 근접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이보다 자사주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6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4층 강당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자사주매입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은 회사와 협의해 조합원 1인당 2000만원의 자금을 대출받아 이를 자사주로 배분하는 지분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12개 계열사 임직원수가 약 2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2000만원씩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수치다.
이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KB금융 3대 주주의 등극도 가능하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KB금융의 최대주주는 지분 9.6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이어 JP모간은 6.16%, 블랙록 5.01%, 얼라이언스캐피탈 3.25%, 프랭클린 3.17%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이들 외국인 투자자가 시장에서 대량으로 지분매각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3대주주의 등극이 확실시된다.
◇지분 3% 확보시 영향력 증대, 우리사주조합 “주가부양이 주된 목적”
묘한 점은 3% 주주등극시 막대한 권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우리사주조합측은 자사주 확대의 목적이 주가부양에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최근 낮은 주가로 주가부양이 자사주 매입확대의 주된 목적”이라며 “상법과 달리 금융투자법률상 미미한 지분으로도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을 할 수 있어 지분이 3%로 확대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사주조합이 올해 주주명부폐쇄 및 기준일까지 우리사주 지분을 최대한 확대한 뒤 내년 주총에서 노동이사제도입 등 경영참여에도 적극적으로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합은 지난 2017년부터 KB금융 주주종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으로 노동이사선임을 추진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는 윤종규 회장관련 지배구조나 채용비리 문제때마다 대립각을 세웠다”며 “최근 외국인투자자의 차익실현으로 마땅한 우군이 없는 시점에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늘릴 경우 경영진보다 우리사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우리사주를 통한 직원들의 자사주 갖기는 윤종규 회장의 일관된 방향이다"며 "직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 조합이 지분을 늘려간다는 것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애정과 관심을 높일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또 "회사 주주로서의 의식이 강화되는 역할을 하게되어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있어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되는 책임감 있는 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