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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보잉 추락 쌩큐"…미래 글로벌 항공시장 진출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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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보잉 추락 쌩큐"…미래 글로벌 항공시장 진출 날갯짓

중형 여객기 'C919' 국제 인정 FAA와 긴밀한 움직임 포착
보잉·에어버스에 위협…세계최대 시장 고객 아닌 경쟁자로

바틱에어 말레이시아 737맥스8 상업운항 초도기.이미지 확대보기
바틱에어 말레이시아 737맥스8 상업운항 초도기.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이 독자 개발한 중형여객기 'C919'에 대한 국제 인정을 위해 보잉(Boeing)의 추락사고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보잉의 신형기 '737맥스8'의 연이은 추락사고를 기회로 최근 미 연방항공국(FAA)과 긴밀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국 특유의 고난도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은,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Airbus)에겐 큰 위협이다. 동시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더 이상 고객이 아닌 경쟁자로서 상대해야 하는 까다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음을 의미한다.
"과연 중국이 이번 기회에 글로벌 항공 시장에 깃발을 날릴 수 있을지" 아니면 "높은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여전히 배회하는 것으로 막을 내릴지"에 대해 분석했다. <편집자 주>

■ 보잉의 추락, 중국엔 기회


최근 반년간 보잉의 737맥스8은 두 번이나 추락사고를 겪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초 392달러에 달하던 보잉의 주가는 연말 294달러까지 추락해 시가총액 4분의 1이 날아갔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 여론이 수그러들면서 연초부터 반등을 시작한 보잉의 주가는, 2개월간 꾸준히 상승해 3월 1일 440.62달러로 역대 최고 주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3월 10일 연이어 발생한 동일 기종의 추락사고는 보잉을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3월 12일 보잉의 주가는 375.41달러로 이날 하루 만에 6.15%나 급락한 채 마감했다. 게다가 중국과 싱가포르, 호주를 시발점으로 전 세계 20여국이 737맥스8 기종의 운항을 금지하고, 해당 기종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것으로 당분간 보잉의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러한 보잉의 악재를 계기로 세계 최대 항공 시장인 중국에서 경쟁 업체들에게 문호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대부분 중국 주도하에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잉의 악재가 중국에게는 큰 기회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세계 항공 시장 향한 중국의 경쟁력은?


중국 민용항공국(CAAC)은 "보잉의 737맥스8 기종 2대가 신규 취항에서 이륙하는 동안 두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사고 기종에 대한 비행을 중지시켰다. 이후 CAAC는 보잉과 FAA에 연락을 취해 비행 안전을 확보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CAAC의 이러한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C919의 인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2017년 중국은 FAA와 상호 인정 계약을 맺었지만, 자체 개발한 C919 여객기를 서방 항공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FAA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차례의 추락사고를 빌미로 미 FAA와 보잉에 압박을 가한다면, 의외로 손쉽게 이를 해결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게다가 우주항공 부문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거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에서 중점 분야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번 보잉의 악재를 배경으로 국유기업 중국상용항공기(COMAC)가 미 FAA에 단일통로형 기체 'C919'의 인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미래 글로벌 항공 시장의 점유율을 직접 넘보는 야심찬 계획이 포함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때문에 보잉은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 더 다급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항공기 메이커에 한번 문호가 개방되면, 보잉과 에어버스가 누리고 있는 고수익의 과점 상태는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따른다.

■ 실제 보잉의 충격, 그리 크지 않아?


6개월에 걸친 두 차례의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잉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 동시에, 보잉의 점유율이 크게 좁혀질 것이라는 우려도 과대평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가장 먼저 737맥스8형 여객기를 운항 정지 시킨 것은, 보잉의 사고를 더 크게, 더 위험하게 부각시켜야만 C919가 인정을 통과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사고로 인한 보잉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만일 사고 원인이 소프트웨어 문제로 밝혀질 경우, 737맥스8형 여객기는 몇 주에서 몇 달 정도 운항이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3년 FAA는 787기의 배터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3개월 동안 운항을 정지한 바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문제에서는 보잉의 사업에 큰 부담이 될 공산은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보잉 737맥스는 지금까지 4600대를 수주하고 있어, 생산 라인은 경쟁 업체인 에어버스(Airbus)의 A320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향후 몇 년까지 예정이 꽉 찼다. 쉽게 풀이하면, 공급과 수요,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의 재무적 영향으로는, 737맥스8형 여객기와 관련한 항공사로부터의 손해배상 청구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점이다. 737맥스8형 여객기는 현재 약 350대가 운항하고 있는데, 운항 정지 명령이 내려진 경우에도 항공사는 구입을 위해 차입한 대출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보잉에게 이자 지불의 대납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중국이 96대를 운용하고 있어, 세력을 규합해 거세게 보잉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경우 항공사가 737맥스8형 제품을 정가인 1억2200만 달러의 60%에 구입하여 연이율 5%로 자금을 차입했다고 상정하면, 연간 이자 비용은 전체 항공사 합계 약 13억 달러(약 1조4729억원)가 된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의 I/B/E/S의 실적 예상에 따르면, 13억 달러의 이자 비용은 보잉의 2019년 영업 현금 흐름의 약 7%에 해당한다. 이는 6개월 사이에 발생한 두 건의 추락사고가 어떻게 결론나더라도, 보잉은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래도 중국에 대한 견제는 결코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은 보잉에 있어서 가장 큰 시장으로, 최근에는 중국 본토에 최종 단계의 생산을 전담하는 공장까지 건설했다는 점에서 사고 수습을 통한 손실보다는 중국 세력의 득세를 통한 경쟁력 손실이 향후 더 큰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다.

또한, 재무적인 중국의 압력 행사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앞서 말한 737맥스8형 여객기와 관련한 항공사로부터의 손해배상 청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운영중인 350대의 737맥스8형 여객기 중 중국이 96대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우호 세력을 규합해 거세게 보잉을 압박한다면,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런치커스터머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사고는 라이언에어...왜?


737맥스8은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주력 여객기로 B737맥스는 맥스7, 맥스8, 맥스9, 맥스10까지 총 4가지 모델이 있다. 이중 문제가 되는 기종이 바로 맥스8이다. 추락사고 이후 전문가들은 엔진 위치 설계와 소프트웨어 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결국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이 항공기에 대한 운항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 미국 기업이 개발하고 생산한 비행기가 "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항공사에서만 사고가 발생했을까" "미국 항공사들은 과연 어떻게 사고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당초 737맥스8의 런치커스터머(최초 발주자)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었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가 최초 인도를 포기하면서, 2017년 5월 17일 라이언에어 소유의 바틱에어 말레이시아에 처음으로 인도된 이후 상업비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바다로 추락해 181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한 사고기가 바로 이때부터 운행을 시작한 여객기였다. 그리고 6개월이 흐른 3월 15일 149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 전원의 목숨을 앗아간 두 번째 사고도 미국 항공사를 교묘히 피해 에티오피아항공에서 추락했다.

결국 이러한 사실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최초 인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라이언에어와 에티오피아항공은 사고를 피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에서는 대한항공이 50기, 티웨이항공이 8기를 주문했으며, 이스타항공도 리스 업체와 연계해 737맥스8 2기를 주문했다. 특히 제주항공은 저가 항공사 사상 최대 규모인 40대를 보잉으로부터 직접 주문했으며, 옵션 10대도 추가 계약했다. 다만 이번 추락사고를 계기로 계약의 이행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1일 처음으로 737맥스8을 인도받았던 이스타항공은 현재는 이 기종에 대해 운항을 중단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