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메이트’는 지난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조·판매기업들이 책임을 피해 왔다.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와 이메일 등을 숨기고 폐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첫 수사 때 정부가 유해성을 인정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전 대표 등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검찰은 애경이 이때부터 수사 대상이 될 것에 대비해 증거인멸 작업을 벌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애경에 넘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박철(53) 부사장은 14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앞서 '가습기 메이트'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납품한 필러물산 전 대표 김모 씨가 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달 13일 재판에 넘겨졌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에 제품을 납품했고, 애경이 이를 받아 판매했다.
애경·SK 관계자들이 받는 핵심 혐의는 증거인멸에 있지 않은 만큼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책임자들을 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