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피라냐 닮은 물고기와 고래의 사투

기사입력 : 2019-03-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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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남아프리카의 50대 사나이가 스노클링을 하다가 고래에게 잡아먹힐 뻔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래의 거의 뱃속까지 들어갔는데, 다행히 뱉어내는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아슬아슬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훨씬 뛰어난 ‘무용담’이 있다. 조선 때 선비 성대중(成大中·1732∼1812)이 쓴 ‘청성잡기(靑城雜記)’에 나오는 얘기다.

경상도 울진의 어떤 어부가 전복을 잡으려고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고래와 마주쳤다. 고래는 어부를 배와 함께 삼켜버렸다. 어부는 꼼짝없이 고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부는 그래도 정신을 놓지 않았다. 고래 뱃속은 사람과 배를 한꺼번에 삼켰을 정도로 널찍했다. 어부는 고래의 뱃속에서 가지고 있던 작살을 있는 힘을 다해서 휘둘렀다. 고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날뛰다가 어부를 토하고 말았다.

구사일생한 어부는 피부가 흰 소처럼 허옇게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게다가 수염과 머리털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몰골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어부는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도 90살 넘도록 장수했다. 천명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래 뱃속에서도 살아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고래는 이렇게 거대한 ‘짐승’이다. 어지간한 물고기 따위는 상대할 수도 없을 만큼 집채만 한 짐승이다.

그렇지만, 그런 고래를 ‘사냥’하는 물고기가 있다. ‘금혈어(金血魚)’다. 크기가 겨우 2∼3치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다. 그러면서도 고래를 잡아먹는 매서운 물고기다.

‘청성잡기’는 그 금혈어에 관한 얘기도 소개하고 있다.

금혈어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칼날처럼 날카롭다. 수천, 수백 마리가 몰려다니다가 고래를 만나면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진을 치고 대열을 구부리면서 습격한다.

고래는 작은 물고기쯤은 그대로 빨아들일 수 있지만, 금혈어는 예외다. 칼날 같은 지느러미로 고래의 창자를 뚫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고래는 금혈어를 만나면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며’ 재빨리 도망친다.

그런다고 고래를 놓칠 금혈어가 아니다. 금혈어는 속도가 고래보다 ‘엄청’ 빠르다. 순식간에 포위해버린다. 한쪽 금혈어 대열을 간신히 피하더라도 반대쪽 대열에게 빙 둘러싸이는 것이다. 그러면 고래는 ‘간이 오그라들고 눈이 아찔해지면서 몇 번 뛰어오르다가’ 기진맥진하고 만다.

고래가 지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금혈어가 다투면서 달라붙어 뜯어먹는다. ‘청성잡기’ 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았겠지만, 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피라냐’ 떼처럼 몰려든다.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져야 고래의 몸에서 떨어진다.

‘청성잡기’ 얘기는 조금 더 있다. 금혈어의 특성이다.

금혈어는 마치 군대처럼 진을 치고 대열을 이루면서 고래를 사냥하지만, 지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단지 본능에 의해서 고래를 포위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청성잡기’는 “물고기는 지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뒤로 물러날 줄은 모른다”고 적고 있다.

이 ‘후퇴 모르는 전진’이 마치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닮은꼴’인 듯싶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수정’은 없고 혹시 있더라도 ‘보완’뿐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인지 두 걸음 전진하기 위한 한 걸음 후퇴도 싫은 모양인 것이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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