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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 '철야농성'도 불사…현대차 수수료 협상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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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 '철야농성'도 불사…현대차 수수료 협상 여파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사무금융노동조합)이미지 확대보기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사무금융노동조합)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카드사들과 현대자동차의 가맹 수수료율 협상이 기대보다 낮게 타결되면서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투쟁 수위를 높이기 위한 논의에 돌입한다. 이에 향후 남아있는 유통, 통신 등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과 개최 예정인 카드산업TF에서 카드업계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철야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금융권 산별노조가 만든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가 이날 투쟁 수위를 높이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다음주에 같은 곳에서 철야 농성을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추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카드산업TF 개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과 관련해) 실질적 감독 규칙 시행, 기존의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요구 사항 등이 관철되도록 다음주에 철야 농성을 할지 논의한다"고 밝혔다.

시기적으로 다음주부터 금융당국이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노조들은 카드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카드산업TF는 지난해 12월 1차 회의를 개최한 이후 차일피일 회의 일정이 미뤄지더니 오는 21일과 28일 각각 2·3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2·3차 회의에서 카드업계가 요구했던 레버리지배율 완화 등 각종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어 카드업계로선 중요한 시기다.

근본적으로는 노조들이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현대차와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에서 금융당국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노조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철야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방안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노조들은 지난해부터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금융당국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노조들은 지난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손질될 때부터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하겠다는 금융당국에 반발했다. 대신 자동차, 통신, 유통 등 매출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이에 동감하며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막상 지난 1일자를 기준으로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높이려고 공지하자 가맹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 시한을 지난 10일까지 정해놓고 카드사와의 끝장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10일 KB국민·하나·현대·농협·씨티카드 등은 당초 기대보다는 낮은 현대차의 수수료율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신한·삼성·롯데카드는 지난 11일부터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자사 카드 결제가 막혔다. 이후 이틀만인 13일 신한카드는 끝내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고, 14일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도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금융권 노조들은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의 협상력에 밀려 기대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며 금융당국을 비난하는 것이다. 금융권 노조들은 금융당국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면서도 막상 원활한 협상을 바라며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조는 현대차의 수수료율 협상 결과가 유통, 통신 등 타 업종과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어 이번에 투쟁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노조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초대형 재벌 대기업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불가하다는 현실을 수 차례에 걸쳐 주장한 바 있다"며 "하지만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에 맞서 수수료 인상을 협상하는 순간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카드사에게 현 수준에서의 원활한 협상을 종용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앞으로 남아있는 통신, 항공, 호텔, 대형마트와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가맹점들이 그 우월적 권한을 이용해 법과 제도를 어기는 행태를 또다시 반복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자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