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맥주에 가해진 수많은 혹평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국산 맥주 브랜드들이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아메리칸 페일 라거 계열 맥주의 밍밍한 맛에 싫증을 느꼈다. 국산 맥주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외국 맥주와 수제 맥주가 시장을 파고들었다. 하이트, 맥스 등 여러 라거 브랜드를 전개하는 하이트진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니 조밀한 거품이 풍성하게 만들어졌다. 아메리칸 페일 라거 계열의 맥주답게 밝은 황금색 빛이 돌았다. ‘테라’는 라거임에도 에일 계열 맥주의 향이 났다. 향의 강도는 약했지만 인디안페일에일(IPA)에서 느낄 수 있는 옅은 쇠붙이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맥아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며 “청정 지역으로 손꼽히는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나는 맥아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입 크게 마시니 탄산이 입안 구석구석을 때렸다. 막 뚜껑을 딴 콜라나 사이다를 콸콸 부은 듯했다.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국산 맥주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다른 라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도였다. 오 상무는 “인위적으로 탄산을 주입하지 않고 발효공정에서 나온 탄산만 사용했다”며 “청량감이 뛰어나고 거품이 조밀하다”고 했다. 빽빽하기 때문인지 잔에 따른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거품은 사라지지 않았다.
맛도 지금까지 마셔봤던 국산 라거와는 달랐다. 맥아 맛이 도드라졌다. 쌉쌀한 뒷맛은 밍밍하다는 한국 맥주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4.6%로 알코올 도수는 높지 않았지만 소주를 한 잔 섞은 ‘소맥’을 마시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맛이 셌다.
같이 먹은 연어구이의 느끼함이 순식간에 씻겨 내려갔다. 초밥을 먹으러 가면 중간중간 먹게 되는 락교나 생강초절임처럼 입안을 말끔하게 해줬다. 맥주의 단짝 후라이드 치킨이나 곱창처럼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오 상무는 “맥주 사업에서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려면 레귤러 라거로 승부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홈런타자가 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