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박사 진단] 엘리엇 vs 현대차 세기의 대결, 정몽구 정의선이 이겼다… 시체먹는 미국 독수리 엘리엇 참패

공유
1

[김박사 진단] 엘리엇 vs 현대차 세기의 대결, 정몽구 정의선이 이겼다… 시체먹는 미국 독수리 엘리엇 참패

[김박사 진단]  엘리엇 vs 현대차 세기의 대결,  정몽구 정의선이 이겼다…  시체먹는 미국 독수리 엘리엇 참패
[김박사 진단] 엘리엇 vs 현대차 세기의 대결, 정몽구 정의선이 이겼다… 시체먹는 미국 독수리 엘리엇 참패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 모비스에 주주제안서를 보내 △배당금 확대 △이사 수 확대 △ 사외이사 후보 △ 감사위원 후보 등을 올 주주총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2.9%, 2.6%하고 있다. 상법상 주주가 제안하는 안건은 주주총회에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보통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동의를 얻으면 통과된다.

엘리엇의 보유 지분이 이 수준에 못 미치지만 다른 주주들을 규합하기에 따라서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3월22일로 예정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 표결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동안 엘리엇에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외국인 주주들이 어떤 의사를 표명할 지가 특히 주목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은 각각 44.6%, 46.37%이다. 그중 절반의 지지만 끌어와도 상법상 최소 의결 요건인 25%를 넉넉하게 넘어설 수 있다.

주식투자자들이 우선 관심을 갖는 대목은 역시 배당금이다. 엘리엇은 주주제안서에서 현대차에 대해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주당 4000원의 5배가 넘는 액수다.

엘리엇 요구대로하면 보통주 기준으로 배당금 총액이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우선주까지 합할 총 배당액은 5조8000억 원이다. 이는 2018년 회계연도 중 현대자동차가 올린 세후 순이익 1조6450억 원의 3.5배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할 것을 제안해놓고 있다. 이를 총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배당금이 2조5000억 원 달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조250억 원을 올렸다. 배당요구액이 영업이익보다 더 많다. 경영권 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어 투자를 하고 있는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엘리엇의 제안에 솔깃할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측에서는 배당보다는 사내유보금을 늘려 그 돈으로 투자를 해 기업의 미래를 튼튼히 해야 할 때라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정몽구 정의선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특수 관계인 보유분까지 합쳐 각각 29.11%, 30.17%에 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너일가가 훨씬 더 유리한 구도이다.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들도 배당보다는 투자가 더 절실하다며 오너일가에 일단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이사 수 증원과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이다. 엘리엇은 이사 정원을 11명으로 늘리면서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을 선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의 명단을 통보해 놓고 있다. 또 현대모비스에도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 측은 엘리엇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들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거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엘리엇 추천 인물들을 선임할 경우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누구를 이사로 뽑을 것인가는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경영권을 노리지 않는 일반 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할 때 표 대결상황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가 지지한 후보 2명은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이다.

ISS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이사회 구성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도록 권고하고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 2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ISS가 찬성 권고한 엘리엇 추천 현대모비스 이사 후보 2명은 로버트 앨런 크루즈 카르마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CTO)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이다.

ISS는 현대모비스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는 반대 권고 의견을 냈다. 창업주 일가의 실질적 영향력과 균형을 잡기에 충분하지 않아 기업 전략, 경영, 자본 배분 등에 '잘못된 조치들'(missteps)이 있다는 것이다. IS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 주총에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모두 회사 측에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한 만큼 주주들의 의견이 어디로 쏠릴 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ISS 권고대로 엘리엇 추천 인사들이 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경우에는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이사와 감사위원 등은 자신을 추천해준 엘리엇의 편을 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경영에서 엘리엇의 영향력이 상상외로 커질 수 있다.

미국 뉴욕증시 월가에서는 엘리엇을 벌처펀드로 부른다. 벌처(vulture)란 시체를 뜯어 먹고 사는 탐욕스러운 독수리를 일컫는 말이다. 그만큼 잔인하다는 뜻이다.

벌처펀드로서의 악명은 아르헨티나 국가부도사태 때 얻었다. 2001년 아르헨티나가 950억 달러 규모의 국가부도를 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의 국채를 매입한 해외 투자자들과 여러 차례 국제 협상을 벌여 채무의 70% 내외를 탕감 받았다.

엘리엇은 그러나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아르헨티나가 거부하자 미국 법원에 바로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엘리엇의 빚을 갚기 전에는 채무 조정된 다른 빚들도 상환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바람에 아르헨티나는 2014년에 또 국가부도를 당했다.

엘리엇은 국가부도 상태인 가난한 나라의 국채를 싸게 사들인 후 원조금(물품)이 들어오기를 기다려 채권상환 소송을 낸다. 거부하면, 채권자 자격으로 그 나라의 무역 및 금융거래를 동결시킨다. 국가경제 시스템 전체를 ‘인질’로 삼아 돈을 버는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자기 몫의 이사와 감사를 확보한 뒤 엘리엇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한국 재계는 지금 잔뜩 긴장하고 있다.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