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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빈번한 가맹점 수수료율 수정 등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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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빈번한 가맹점 수수료율 수정 등 개선해야"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사진=여신금융연구소)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사진=여신금융연구소)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의 태양 에너지와 같다. 카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토대가 된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의 말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카드업계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3년마다 손질하기로 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10년여간 12차례 손질하면서 대부분의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는 낮아져 카드사들의 수익이 급감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의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으로 인한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반발이 거세다.

이에 박 실장이 소속된 여신금융연구소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칙 없이 빈번하게 수정되는 수수료율 체계로 인해 카드업계가 흔들리고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 잦은 수수료율 변경…"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손질해야"

여신금융연구소의 박 실장은 지난 4일 여신금융연구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인정하지만 빈번한 수정 등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는 여신금융연구소를 맡고 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여신금융협회의 싱크탱크로, 카드·캐피탈·신기술금융업 등 여신전문금융업에 대한 전반적인 국내외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적어도 3년 주기로 적격비용(원가)를 재산정해 수수료 체계를 손질하기로 한 기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이슈에 따라서 카드 수수료 인하가 되면 카드사들의 영업 활동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과도한 규제로 인한 효율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는 적정원가에 기반한 수수료로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해 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원가 변동 요인을 적정하게 반영하는 원가개념의 비용"이라며 "그러나 사회적 갈등 요인이 심해 재산정 주기와 무관한 인하가 자주 이뤄지는데다 기술 혁신에 따른 투자활동을 제약하고, 비용 절감 유인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가맹점이 전체의 96%를 차지하면서 적격비용 원칙이 사실상 준수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3년마다 손질하기로 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10년간 12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최근 박 실장 등이 참여해 발표한 여신금융연구소의 '카드사의 영업환경 악화와 향후 성장 방향' 보고서를 보면 가맹점 수수료의 지속적인 인하로 카드사들의 지급 결제 부분이 2016년 39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 마이너스 실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손질하면서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받는 우대 가맹점 적용대상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해 올해 카드업계 전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책임 전가가 아닌 비용 상승분 반영"

현재 카드업계는 지난해 수정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로 인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율 체계를 손질하면서 원가 재산정을 통해 그동안 시장의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왔던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높이기로 했으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이 카드사와의 계약을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대형 가맹점의 반발을 이해하면서도 카드사들의 원가 비용 상승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형 가맹점에게 우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분을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케팅비용 배분으로 발생한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 결제 시장은 가맹점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고려해야 하는 양면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생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카드 플랫폼은 카드사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과 소비자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카드 플랫폼의 생태계를 어떻게 발전 시킬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카드사의 편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회사간 계약으로 결정되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규제를 위반 사항이 있지 않는 이상 관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규제 완화를 위해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도 꾸렸지만 현재까지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박 실장은 대안 마련이 빨리 나오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TF가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규제 완화 방안들을 언급하며 "빅데이터 사업 등 부수업무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적 규제 완화를 비롯해 부가서비스 유지기간 완화, 고객 의사 확인 후 선택적 영수증 출력 등 비용 절감과 업무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안' 마련 마땅찮은 카드업계 규제 완화 필요…"결국은 비용 절감"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도 문제지만 그외의 대외적인 변수도 카드업계를 흔들고 있다. 특히 정부가 후불 결제 시장에 핀테크 기업도 진출 할 수 있도록 금융 결제망의 문을 열기로 했고,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축소 등도 언급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 방침들이 카드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제로페이의 시행을 비롯해 각종 '00페이'가 등장하면서 결제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의 수익을 대체할 신규 사업 마련도 쉽지 않다. 해외 진출은 현지화를 밑거름으로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끌어내야 하는, 비용과 시간 둘다 필요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박 실장은 "카드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그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국내 카드사들의 노하우 특히, 마케팅 및 카드 프로세싱 대행 부분의 전문성을 해외진출 국가의 특성에 맞게 잘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카드업계에 실현 가능한 신규 사업으로는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꼽았다. 그는 "카드사의 최대 자산은 신용·결제와 관련된 데이터라고 생각한다"며 "카드사는 마이데이터 및 개인사업자 신용등급(CB) 등으로 빅데이터 기반 사업과 빅데이터 자체의 유통을 통한 수익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신 아직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법적 모호성이 있어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규 사업을 통해 당장 결과물을 얻기 힘든 카드사가 현재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비용 절감이다. 그는 최근 보고서 등을 통해 카드사 수수료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등에
대해 카드업계의 공동으로 절감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는 피력했다.

공동 비용 절감은 대형 카드사와 중소형 카드사의 입장차가 있을 수 있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각종 위협요인으로 인해 카드 플랫폼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동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대형카드사나 중소형 카드사나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반의 비접촉식 간편 결제 기능의 보급으로 추진하는 것도 공동의 비용 절감을 위한 대표적인 협력방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NFC 기반의 간편 결제 도입이 카드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NFC 기술이 적용된 단말기가 있으면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하거나 실물 카드를 갖다 대지 않아도 결제 가능하며 카드 결제시 발생하는 수수료 일부를 줄일 수 있다.

최근 도입된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을 크게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제로페이가 흥행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아직 시행 초기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과거 직불카드의 실패 경험이 있고, 해외의 경우 지급결제서비스 발전이 민간에서부터 확대된 사례들을 봤을 때 회원과 가맹점에게 적절한 참여 유인이 없으면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제로페이와 체크카드 간 수수료 부담에 큰 차이점이 없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결제 시장 내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방심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지급 결제 수단간 경쟁을 당연한 것"이라면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사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