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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화승R&A, 화승 회생신청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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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화승R&A, 화승 회생신청이 반가운 이유

[글로벌이코노믹 한현주 기자] 화승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투자자와 채권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계사 화승알앤에이(R&A)는 산업은행과 구성한 사모펀드(PEF) 지분 상당량을 평가 손실 처리해 타격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협력업체들과 매장 직원들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화승 R&A는 펀드 지분의 회수 불확실성, 화승에 대한 잠재적 재무위험 부담 등의 요인이 2017년 반영됐기 때문에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2017년 한국 기업평가는 "화승 R&A가 지분을 양도했기 때문에 외관상 화승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펀드에 대한 화승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이 63.5%에 이르는 점, 펀드가 화승 R&A의 관계기업으로 지분법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점, 과거 계열 분리 이후에도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던 사례 등을 감안해 향후에도 관련 재무부담 발생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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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기업평가

화승그룹 계열사들 펀드에 대한 지분이 63.5%... 실제 현금 유출은 150억원 정도

2015년 화승은 구조조정 조치를 받았다. 화승 R&A는 종속회사와 화승인더스트리, 산업은행을 포함한 외부투자자들과 펀드(PEF)를 조성해 화승의 지분과 경영권을 PEF에 100% 양도했다. 산업은행과 KTB PE가 공동 GP(무한책임사원)로 설립한 케이디비 케이티비 에이치에스 사모투자 합자회사는 화승그룹도 LP(유한책임사원)로 지분 63.5%를 보유했다.

화승은 화승그룹의 지분 매각과 경영권 양도 등으로 화승그룹으로부터 분리했지만, 케이디비 케이티비 에이치에스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속해 화승그룹의 관계사로 경영 관리를 받게 되는 특이한 사업구조가 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화승의 경영권은 PEF의 GP(General Partner, 자산운영자)가 행사했지만, 화승그룹도 PEF의 선순위 및 후순위 지분 총 1563억원(화승알앤에이 1478억원, 화승인더스트리 85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과 농협 등 LP도 650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PEF가 화승R&A의 관계기업으로 지분법 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화승그룹은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해 화승의 구주와 전환사채,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의 투자금에 대해 2016년부터 관련 지분법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 회계 상 반영한 금액은 PEF 후순위 지분에 대해 2016년 682억원, 2017년에 446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화승 법정관리 신청으로 실제로 나간 현금은 150억원 정도 뿐이다. 화승 R&A의 신용공여 대금은 화승의 자산유동화대출과 관련해 케이디비화승제일차유한회사, 케이디비화승제이차유한회사, 케이디비화승제삼차주식회사의 채권자들에게 총 150억원을 한도로 보증을 제공했다. 화승그룹은 지난해 남아있는 PEF 선순위 지분 350억원, 화승에 대한 신용공여 150억원, 매출채권 및 기타 자산 약 145억원 등 화승에 대한 평가 손실처리를 했다.

한기평은 화승R&A의 추가 지분법 손실 반영에 대해 "예상 범위를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며 "실제 발생한 자금 유출은 신용공여에 따른 변제 금액 150억원 정도로 영업 현금흐름과 자금 운용 한도 내에서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화승R&A 현재 재무역량과 의혹들?


화승R&A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5%로 소폭 상승했다. 2017년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이 지속하면서 악화했던 자동차 부문의 영업실적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들은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화승R&A,실적 추이(단위:억원) 사진=한국기업평가
화승R&A,실적 추이(단위:억원) 사진=한국기업평가

전자공시에 따르면 화승R&A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5281억원, 539억원으로 2017년보다 5.9%, 50.8% 증가했다. 다만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2년 연속 크게 악화했다.

이상한 부문은 올해 1월 31일 화승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음에도 약간의 당기순손실 외에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평가 손실 처리를 미리 할 정도로 회사 사정에 대해 잘 알았기 때문에 회사가 미리 준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산업은행과 함께 최대 주주인 화승 R&A도 화승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는 이유다.

또 다른 의혹은 화승이 산은에 넘어가기 전인 2014년, 경일 회사를 거친 경위다. 화승 그룹 전 이사가 대표로 있던 소규모 자본의 작은 창고물류회사에 화승 지분이 넘어가고, 이후 7개월 뒤 산은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산업은행이 2016년부터 화승을 살리는 목적보다는 지분을 재매각하는 것에 초점 맞춘 것 아니냐는 험악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화승의 매출이 감소해 앞으로 유동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회생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도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E를 통한 출자 회사가 실패했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라면서"국책은행으로 믿고 거래하셨던 채권자들 조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백화점과 대리점의 관리자인 매니저들에게 돌아갔다. 화승은 기업회생절차 발표 직전까지도 직원들에게 따로 공지를 안했다고 알려졌다.

어음도 남발해 기업회생 절차를 미리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승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어음을 발행했다. 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할인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니저들은 어음이 부도처리 되면서 대량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르까프와 머렐, 케이스위스 매장 관리자 250여 명이 총 25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1인당 3000만원부터 많게는 2억원에 달한다.

화승 채권단은 산은 PE, 화승 네트웍스, 주택도시보증공사, 엠에스에이·유니스포 등 5곳으로 구성돼 있다. 산은 PE의 채권액이 800억원으로 가장 많아 대표채권자를 맡았지만,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대표자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거론 됐다.

화승의 법정관리 신청 논란에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악덕 기업 화승 4달 치 판매대금 불법으로 어음 주고 수백 명 매니저한테 떠넘기고 회생신청을 하네요'라는 제하의 청원에 2500여 명이 이상이 공감을 표했다.

회생 업무를 관장할 법정관리인은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DIP)를 따라 김건우 대표가 맡기로 결정됐다. 화승은 1차 관계인 설명회를 오는 5월 개최할 예정이다.

●투자지표

화승R&A의 지난해 3분기 연결실적 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안정성 비율은 다소 떨어지나 성장성, 수익성은 회복되는 추세다.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의 바로미터격인 유동비율은 평균 이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기준)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78.6%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6811억원, 유동부채는 8667억원이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370.4%로,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화승알앤에이의 부채는 1조176억원이며 자본총계는 2747억원이다. 수익성 비율인 매출액 증가율은 1.2% 감소했다.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증가율은 7.6%,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은 흑자로 전환했다. 수익성은 다소 회복되는 모양새다.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1.8%다. 총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지배주주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ROE는 8.3%다.

●최대 주주 현지호 회장 19.98%

2014년 화승은 보유한 지분율 5.98%를 현지호에게 95,970주, (주)화승인더스트리에 290,000주를 주당 3만2300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후 최대 주주가 현승훈 17.92%에서 현지호 18.42%로 변경됐다.

2015년 화승이 보유한 지분율 1.56%를 현지호에게 추가 매도해 최대 주주 현지호의 지분율이 18.42%에서 19.98%로 변동됐다.

화승R&A는 화승그룹의 자동차부품사업 대표기업으로 1978년 설립됐다. 자동차용 고무 주요 제품은 차체 및 도어에 장착되어 먼지, 물, 외풍 등을 막아주는 웨더스트립류와 차량 내부에서 오일이나 냉각수, 에어컨 냉매 등 액체류가 순환되는 관로 역할을 하는 호스(Hose) 류이다.

중국, 미국, 인도, 터키, 멕시코 등 다변화된 해외 생산거점을 보유했다. 계열사를 통해 제품 생산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대부분의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원가 및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각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웨더스트립류 60%, 고압 호스류 67%, 저압 호스류 65% 수준이다.

주력제품인 자동차용 호스 및 웨더스트립 분야에서 국내 수위권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주납품처인 현대·기아차로부터 기술 5스타, 품질 5스타를 획득하면서 우수한 기술력 및 품질관리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부응해 1997년에 인도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터키, 중국에 다수의 생산법인을 두고 있어 현대·기아차와의 사업적 연계도가 높아 자동차부품업체로서 우수한 사업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크라이슬러, TRW 등 국내외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을 주요 매출처로 확보하고 있다.


한현주 기자 han0912@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