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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이제는 친황(親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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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이제는 친황(親黃)인가

주요 당직에 친박 인사 대거 등용, 화합과는 거리 멀어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애당초 기대했던 게 잘못일까. 역시나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첫 당직인사를 했다.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황교안다운 인사를 하기를 기대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화합과 탕평은 찾아볼 수 없다. 내 사람 심기 인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도로 친박 인사를 기용하면서 친황(親黃) 색채를 강화했다. 따라서 참신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꼭 그렇게밖에 인사를 할 수 없는가. 한국당은 문재인 인사에 대해 코드인사, 돌려막기, 회전문인사라고 꼬집는다. 황교안 인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줄을 댄 사람들을 중용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 황교안은 선거 기간 동안 내내 화합을 부르짖었다. 우선 당선되고 보자며 그런 약속을 했다는 말인가.
황 대표는 4일 '원조친박' 한선교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낙점한 데 이어 친박계인 이헌승, 추경호, 민경욱·전희경 의원을 각각 비서실장, 전략기획부총장, 당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여의도 연구원장엔 개혁 성향의 김세연 의원을 내정했다. 전당대회 기간 황 대표는 '친한(親대한민국)'이라며 계파 논란을 경계했다. 하지만 막상 당직 인선 뚜껑을 열어보니 친박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하다. 이들은 누가 봐도 친박 인사다.

황교안이 모를 리 없다. 이 같은 인사를 하면 당내에서도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그럼에도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그가 친박계 인사를 대거 중용한 것은 뻔하다. 당내에서 자신의 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세력을 형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황 대표는 법무장관,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 등을 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당내 지지 기반은 없다시피 하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내에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4선의 한선교 사무총장을 보자. 사무총장은 당 안팎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다. 게다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 자리에 한선교를 앉힌 것은 잘못이다. 한선교 같은 중진은 솎아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가 우리 정치사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는가. 박근혜 친위대처럼 행사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인재영입위원장에는 3선의 이명수 의원을 임명했다. 차라리 사무총장에 이 의원을 앉히면 친박이라는 얘기도 안 나오고, 많은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른다. 이 의원은 굉장히 성실하다. 스캔들을 일으킨 적도 없다. 여야 통틀어 베스트 의원으로 꼽힌다. 그런 사람을 더 중용해야 하는데, 친박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들을 골랐다.

정치는 세라고 한다. 황교안도 당권을 잡았으니 다음 대선을 노릴 것. 그런 맥락에서 이번 인사도 했을 것으로 본다. 구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빚진 사람이 없는데 도로 친박으로 회귀했으니 하는 말이다. 앞으로 친황이라는 말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