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경제국 브라질을 가장 중요한 투자처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경제까지 각종 문제가 확대된 브라질이 투자처로 그리 평판이 좋지 못한 이유로, 중국은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한 칠레는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으로, 그동안 최대의 구리 구매국인 중국은 칠레와 활발한 무역을 진행해 왔지만, 미국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중국의 대칠레 투자는 최근까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를 '뒷마당'으로 여겨 왔던 미국이,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줄곧 보호무역주의만 강조한 결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중국의 기세는 더욱 확대됐다.
미국이 스스로 라틴아메리카를 등한시한 것으로, 중국은 더 이상 칠레와의 무역을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국의 대라틴아메리카 관계의 극적인 전환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해외직접투자(FDI)의 확대를 최우선으로 법률 정비에 의한 절차까지 간소화한 상태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에콰도르와 파나마, 쿠바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6개국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한 참여 양해 각서도 체결했다.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인프라 정비와 연선국과의 일체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뒷마당에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셈이다. 이러한 칠레 정부의 노력에 중국 정부는 매우 적극적으로 응했다.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연어 양식업, 과일 재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의 손길을 뻗쳤으며, 심지어 과학기술 제품의 공급으로 미국과의 경쟁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톈치리튬(天齐锂业)이 칠레 최대의 리튬 광산 업체 SQM의 지분 24%를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취득하여 지역 최대의 FDI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