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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고객에서 어느새 라이벌로' 中 도약…獨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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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고객에서 어느새 라이벌로' 中 도약…獨 "아! 옛날이여"

유럽 최대 경제대국 獨 손실 줄이기 대책 강구 전념
中, 美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 떠올라 독일 위협
수출 늘고 있지만 시장 수요는 끊임 없이 줄어 고민

1월 18일 중국 류허 부총리와 독일 숄츠 재무장관은 양국의 시장 접근 및 투자 장벽 완화를 약속했다. 자료=스푸트니크이미지 확대보기
1월 18일 중국 류허 부총리와 독일 숄츠 재무장관은 양국의 시장 접근 및 투자 장벽 완화를 약속했다. 자료=스푸트니크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수출 기업의 황금기가 지나가고 있는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 독일이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 강구에 여념이 없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 과열에 따른 자국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고객에서 라이벌로 탈바꿈한 중국에게 밀려, 오히려 자국의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일 경제 성장에 있어서 중국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독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자동차를 비롯해 공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공업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중국이 최고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독일을 위협하고 있다.
그로 인해 강한 독일 마르크화를 대신하고 있는 유로화의 강력한 뒷받침에 힘입어 그동안 성장하던 독일의 '수출 붐'은 바야흐로 풍전등화에 놓였다. 중국은 이미 가치 사슬의 상위에 올라 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제일주의'의 통상 정책의 영향을 받는 어떠한 독일 기업보다도 발 빠르게 혁신적인 시책을 도입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도약이 거듭될수록 독일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 수출 늘지만 중국 시장 수요 끊임없이 줄어


독일은 지난해 수입이 수출을 웃도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무역이 이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상황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독일 통계청이 2월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8년의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년 대비 1.5% 성장에 그친 것으로, 지난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은 2018년 1~11월에 2017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지만 '메이드 인 독일'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끊임없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감속과 미국의 관세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독일의 대중국 무역을 감퇴시키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 폴커 트라이어(Volker Treier)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독일 기업의 사업 전망은 그늘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의 대중국 수출은 고작 1.4%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독일 산업계는 보다 강고한 대중국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월 중순(17~18일) 베이징을 방문했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재무장관은 은행이나 보험 회사 등의 독일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국 시장에 접속할 수 있도록 촉구했다.

이러한 숄츠 재무장관의 행보에 대해, 당시 독일의 정책 입안자나 경영자는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경제 모델에 의해서 "독일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중국의 상황을 가장 간략한 사례로 풀이하면, 제조업 진흥책인 '중국 제조2025'를 내거는 중국은 전기자동차(EV)와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지의 독자적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동시에 독일의 산업용 로봇 대기업 쿠카(Kuka) 등 해외 기업의 인수를 통해 노하우를 보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세계 3위의 경제체에서 4위권으로 후퇴한 독일은 중국과의 '긴밀하고 유익한 무역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1월 18일 중국 류허 부총리와 독일 숄츠 재무장관은 양국의 시장 접근 및 투자 장벽 완화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 '중국의 위협과 도움', 선택의 기로에선 독일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독일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 있다. "국익에 관련되는 독일과 유럽의 기업에 대해 어느 때보다 외국계 국유 기업의 전략적 인수전으로부터 보호하고 강화해 나가겠다"고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밝혔다.

이어 유력한 경제 단체인 독일산업연맹(BDI)은 2월 초 유럽연합(EU)에 대해 '대중국 정책의 엄격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기업에게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BDI의 이 같은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독일의 상황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외국 기업에 중국 시장 더욱 개방할 것 '설득'


메르켈 독일 총리는 관세전략으로 전 세계 경제에 위협을 가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메르켈의 자세에 따라 숄츠 재무장관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에 대해 "외국 기업에 중국 시장을 더욱 개방할 것"을 설득하기 위해 시도했다.

독일 보험 거대한 알리안츠 그룹(Allianz SE)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된 외국계 보험 지주 회사로 이름을 올렸는데, 독일 정부가 이를 반대하고 나서지 않은 것으로 중국과의 협력만이 현실의 고난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숄츠 재무장관은 2월 베이징에서의 회담에서, 중국 시장을 더욱 개방하고 공정한 무역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중국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독일이 고개를 숙인 것으로 향후에 남은 문제는 중국이 이러한 독일 정부의 견해를 어떻게 공유할지 여부다.

■ 선택권은 중국으로, 독일 기업의 선택은 '당연'


고객에서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협력의 선택권은 이미 중국이 쥐게 됐으며, 독일 기업은 중국의 선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위치다.

폭스바겐의 발 빠른 중국 투자로 이를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국내 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외국 기업에 대한 제한"이라는 중앙 정부의 전략하에 이루어진 '합작기업' 전략은 그동안 중국 자동차 업체의 부상과 함께, 미래 국내 EV 시장 지배와 대규모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눈치챈 독일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VW)은 협력 계획으로 이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향후 몇 년간 중국에서의 EV 개발에 거액의 투자를 결심했다. 물론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의한 약 3000억 달러(약 337조2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투자 강화의 일부라 외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 절반이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협력으로 선택이 기울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선도적인 제조업체 2개사와 합작 사업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폭스바겐의 허버트 디에스(Herbert Diess)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바겐의 미래는 중국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슐츠 재무장관 또한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독일이 중국과 위안화 금융 상품의 유럽 거점이 되도록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내수 주도의 성장을 향한 독일의 ‘몸부림’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외부적으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독일이지만, 내부에서 만큼은 이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해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수출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 수요를 자극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지난달 유럽 역외로부터의 투자자에 의한 자국 기업에 대한 출자를 심사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저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전략적 분야에서 중국인 투자자에 의한 바람직하지 않은 인수 전략을 회피하는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

독일은 또, 수출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잉여금의 일부를 국내 부양책과 경제의 재조정에 충당하고 싶은 생각이다. 올해 아동 수당은 증액될 예정이며,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동맹(CDU) 의원들이 새로운 감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을 읽을 수 있다.

메르켈로부터 지난해 CDU 당수를 계승한 클램프 카렌바우어(Kramp-Karrenbauer)와 피터 알트마이어(Peter Altmaier) 경제 장관 또한 "경기 침체를 막을 부양책으로 감세를 해야한다"는 견해를 같이하는 등 현 정권의 전략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사정에 대해 "정부가 현재 실행 또는 검토하고 있는 재정적 조치는 확실히 올해의 (독일) 경제를 지탱할 것"이라고 바이에른 주립 은행(BayernLB)의 스테판 키퍼(Stefan Kipar)는 단언했다.

이어 "국내 수요가 새로운 수입 증가를 가져오는 등 일부에서 재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정부가 결정한 재정 조치에서는 유로존 전체 경제 전체를 크게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VP뱅크의 토마스 기첼(Thomas Gitzel)도 동일한 견해를 나타냈다. "정부는 드디어 대규모 인프라 지출을 할 때"라고 그는 말했다.

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이후에 일어난 '독일 경제의 기적'은 주로 수출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이 같은 내수 주도의 성장을 향한 전환은 독일에게 있어서 큰 변화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연출한 중국의 부상은 독일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독일 내부의 변화와 중국을 향한 협력 전략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