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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中 수산업체, "북한산 해산물 폭리" 소식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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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中 수산업체, "북한산 해산물 폭리" 소식에 발끈

이물질 혼합·심한 손상·크기 선별 들쑥날쑥 등 품질 관리 엉망

북한 인민군 산하 수산 사업소를 시찰한 김정은. 자료=2018년 12월 1일 조선중앙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인민군 산하 수산 사업소를 시찰한 김정은. 자료=2018년 12월 1일 조선중앙통신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 수산물 업체들이 "가녀린 북한인에게서 폭리를 탐내는 악덕 중국 업체"라는 해외 언론 보도에 발끈했다.

2017년 8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수산물과 지하자원의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궁지에 빠진 북한 어부들과 외화벌이 기관은 중국과의 수산물 밀수로 연명하고 있다.
종종 밀수 관련 보도에서는, 제재로 고통받는 북한 어부들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수산물을 중국에 밀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와 함께, 중국 측 업자들에게 헐값에 수산물을 강매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곤 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 업체는 그러한 '악덕 업체 취급'에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밀수를 통한 매입은 사실이지만, 헐값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랴오닝성 동항의 수산업체들은 북한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의 상태가 워낙 나쁘다고 RFA에 불만을 토로했다. "밀수로 들어오는 북한산 수산물의 대부분은 품질 관리가 형편없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에 따르면, 냉동 오징어의 경우 통상 톤당 2만3000위안(약 384만 원) 정도에 매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북한산 수산물은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손상된 것들도 섞여 있고, 크기의 선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산 오징어는 먼저 해동한 후 반드시 선별을 거쳐서 판매할 수밖에 없으며, 시간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당초 약속한 대로 값을 지불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한 업체는 무조건 약속대로 대금을 지불하기를 요구하지만, 그대로 수매할 경우 중국 측은 고스란히 손해를 안게 되는 셈이다.

또 대금을 둘러싼 문제가 워낙 많기 때문에 북측은 선불을 요구하지만, 중국 업체로서는 섣불리 그런 조건을 응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결국 수산물을 돌려보내기로 결정하면, 북한 업자는 배를 조달해 운반해 온 것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갈 수 없어, 헐값에라도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먼저 매달린다.
중국 업체들은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중국 업체를 악덕 업체 취급하고 있다고 항변하며, 오히려 불량 수산물을 들여오는 것으로 "매를 맞을 줄 알면서도,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북한 업체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품질 관리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외화 사정이 절박한 것인지", "전력난으로 냉동설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품질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이유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양측 모두 제재를 피해 밀수를 단행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오명을 씻을 수는 없다. 향후 제재 조치가 해제되어 정상적인 무역 관계에서도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될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