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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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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진퇴양난

금융증권부 이효정 기자
금융증권부 이효정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이효정 기자]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가 진퇴양난이다. 규제 완화를 해준다는 금융 당국의 대안 마련은 더디고,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높여 수익 감소폭을 메우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국의 원칙없는 수수료 인하 방침에 카드업계만 휘청대는 꼴이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대 가맹점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올해 전체 카드업계 수익은 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손질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카드(신용·체크) 우대 수수료를 적용 받는 가맹점이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연매출 30억원 이하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수수료는 인하됐지만 카드업계에 대한 대안 마련은 깜깜무소식이다. 당초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시점과 맞물려 1월 말에 기대했던 금융당국의 대안은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금융당국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아직 2차 회의도 열지 못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초 설 연휴가 지나고 지난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주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주에는 열려야 카드업계 등이 건의한 규제 완화 방안들이 빠르게 추진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주도 아마 힘들지 않겠냐"며 "카드업계의 요구사항도 검토해야 하고 금융당국의 인사 개편 등으로 시간이 예상보다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업계는 총 62개 건의 사항을 내놨고 이 가운데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 축소 ▲신사업 진출 ▲레버리지 비율 완화 등 11개를 주요 안건으로 추려 금융당국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선 금융당국의 대안이 기대보다 약 2개월 가량 늦어진 다음달에야 나올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카드 수수료 개편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가 서비스의 단축 가능성에 대해서 회원 가입시에 얼마나 부가서비스가 설명이 됐는지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며 "부가 서비스의 약관 변경 승인 등 현실적인 방안을 1분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안 마련이 시급한 카드업계는 다음달부터 규정으로 묶여 있지 않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이려고 한다. 카드업계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일부 대형 가맹점에 적용되는 현재 수수료율 1.8~2.0%를 2.1~2.2%로 수준으로 최대 0.3%포인트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조정해왔다.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분을 메우고, 그동안 카드사가 부담해왔던 대형 가맹점의 마케팅 비용을 수수료 원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많은 고객을 거느린 대형 가맹점들은 그동안 시장 지위와 협상력 등으로 낮은 수수료율이 책정돼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컸는데, 이제는 이를 바로잡아 수수료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여 중소형 가맹점에 대한 손실분을 메우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형 가맹점들은 이미 반발하고 있고, 벌써 카드사들의 담합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했을 경우 관련한 처벌 규정이 있지만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8조3항과 70조4항 등에 따르면 대형 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거나 보상금, 사례금 등을 요구하면 처벌받는다.

더욱이 최악의 경우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해도 뾰족한 수가 없어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대형 가맹점까지 불똥이 튀면서 또다른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원래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는 3년에 한 번씩 적격비용(원가)를 재산정해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당국은 입맛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10년간 12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조정하면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의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수수료율을 조정할 때마다 금융당국은 매번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라며 카드업계에 감내하라고 한다. 소상공인도 비용절감은 좋지만 진정 원하는 것은 경기 부양으로 장사가 잘되는 것인데,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도, 수수료 인하로 어려운 카드업계도 다같이 힘들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스스로 대안을 찾으려고 해도 쉽지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부작용만 발생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전에 당국의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해본다.


이효정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