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탐색전은 끝났다’…한진-KCGI '기싸움' 본격화

공유
0

‘탐색전은 끝났다’…한진-KCGI '기싸움' 본격화

‘제안에 제안으로 응수’...우호 여론 확대·세력 공고화 나서
한진 ‘비전 2023’ 통해 지배구조 개선·최대 주주배당 선언
조양호 회장 ‘경영권’은 적극 방어…KCGI ‘공’ 던질까
주주총회 앞두고 ‘한진-KCGI-국민연금’, 움직임 ‘촉각’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다음달에 열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과 사모펀드 KCGI가 기싸움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KCGI를 시작으로 한진이 각각 서로에 한 차례씩 공을 던지면서 전면전에 앞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등 전선을 가다듬는 형국이다.

특히 한진이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제안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향후 KCGI 움직임과 이에 대한 한진의 추가적인 행동에 관심이 쏠린다. 뿐만 아니라 최근 주주권 행동에 나서기로 한 국민연금은 양측간 기싸움의 또다른 변수로 오는 3월 중에 열리게 될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KCGI-국민연금’ 3각 구도에서 어떤 식의 연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진그룹이 지난 13일 발표한 중장기 경영발전 방안 ‘한진그룹 비전 2023’은 조양호 회장이 국민연금과 KCGI의 지배구조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와 잇따른 KCGI측 요구에도 ‘함구’로 일관해 왔던 조 회장이 전격적으로 ‘한진그룹 비전 2023’을 꺼내 든 것은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고 우호 세력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소극적 참여이긴 하지만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묵묵부답이 지배구조 개선 의지 부재로 의심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정적 여론 확산에 따른 우호 세력 이탈로 조 회장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진그룹이 KCGI의 요구사항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최대 규모에 주주배당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진은 '한진그룹 비전 2023'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사외이사를 종전 3인에서 4인으로 늘리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특히 지주사 한진칼은 감사위원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위원 3명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1만1084평)를 올해안에 매각하기로 하고 한진칼 배당 성향을 50%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는 전년도 배당성향 3.1%의 16배를 넘는 규모다.

하지만 KCGI가 요구한 송현동 부지 매각 이외에 호텔 사업 원전 재검토에 대해서는 사업성 검토를 다시 실시하기로 했고 정석비행장과 윌셔그랜드센터 매각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조 회장 지배력과 관련된 사외이사 독립 확대 등 일부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지배구조개선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KCGI 핵심 요구안은 제외됐다.

한진그룹은 호텔 사업이 항공사업과 연관성이 큰 만큼 당장 적자가 나더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호텔 사업이 조 회장 일가의 경영 복귀 수단으로 이용돼 온 만큼 경영승계의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는 KCGI가 정조준하고 있는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진이 최대 주주배당 선언이라는 유인책을 제시해 지배구조 개선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까지 확보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표면적으로 한진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이익 확대 등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모습이다. 이를 통해 사실상 국민연금 공세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이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확대 등으로 지지층 유입과 이탈을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연금도 더 이상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경영권은 방어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KCGI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추가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 제안에 KCGI는 국민연금과 주주들을 고려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 세력 확보를 위한 마지막 한 수를 던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KCGI이 자칫 표대결에서 역공을 맞을 수 있는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해 결국 한진과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