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현재를 즐기자'... ‘욜로(YOLO)소비’의 함정

공유
3

'현재를 즐기자'... ‘욜로(YOLO)소비’의 함정

2·30대, 지난해 외제차 보유 비중 무려 40%대
‘자기 만족’ 위해 지갑은 여는데, '제한'된 수입
욜로 소비에 ‘카푸어’ 등 신용불량자 전락 우려
젊은층 욜로 소비 증가 추세…‘합리적 소비’ 필요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소비 성향이 젋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경제적 부담이 큰 제품에 과감하게 돈을 내겠다는 성향이 커지면서 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분별한 ‘욜로 소비’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욜로 소비의 대표적 예는 수입 자동차 구입이다. 국내 제조 차량 보다 디자인과 성능이 우수한 외제차는 젊은 소비자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물론 일부 외제 차량은 국산 자동차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재정 부담에도 ‘자기 만족식’ 충동 소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차 판매량 증가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320만2555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산차는 2103만대(90.6%)로 집계된 반면 수입차는 217만대(9.4%)로 수입차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은 2004년 1.0%에 그쳤으나 2008년 2.1%, 2012년 4.0%, 2015년 6.6%, 2017년 8.4%, 2018년 9.4%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진 상황에서 가격이 국내차보다 2배 가량 비싼 외제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욜로 소비’와 무관치 않다.

특히 30대의 수입차 비중이 높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개인이 구매한 수입차(총 16만6271대) 가운데 30대가 수입차를 5만7542대(34.6%)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비중도 6.4%(1만671대)에 달한다. 여기에 40대(비중 30.7%)와 50대(18.6%), 60대(7.7%)도 외제차 구매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젊은층의 수입차 구입에 욜로 소비 성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목돈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유예할부 프로그램이 젊은층의 외제차 구입을 수월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재정 부담에 ‘카 푸어(Car Poor:본인 경제력에 비해 무리하게 비싼 차를 샀다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겪는 사람들)’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20대 수입차 리스 현황’에 따르면 20대의 수입차 리스 계약 건수는 2017년 기준 2593건으로 계약금액만 무려 1231억 8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서 부담한 수수료가 지난 4년간 약 13억원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영구임대주택에 살면서 매월 임대료 5∼10만 원을 내는 입주자들이 벤츠와 BMW 등 고가의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사회적 소비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LH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전국 영구임대주택 입주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벤츠와 아우디, BMW, 마세라티 등 외제차는 모두 141대로 집계됐다. 한 입주자는 7215만원 짜리 베츠를 타고 다녔으며 또 다른 입주자는 7209만 원의 마세라티를 보유했다.

욜로 소비는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GS마켓의 ‘욜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이 본인 만족을 위해서라면 경제적 부담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겠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자기 만족을 위한 충동적 욜로소비 여부’ 질문에 응답자 중 5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평소에도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충동적인 욜로소비를 하는가’란 질문에 4명 중 1명(2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욜로소비 분야에 대해서는 ‘외모관리를 위한 패션·뷰티 분야’(20%)가장 많았고 ‘맛있는 음식’(18%), ‘취미’(17%), ‘여행’(16%), ‘IT기기’(13%), ‘명품 브랜드’(9%), ‘자녀 및 육아에 대한 투자’(7%)가 뒤를 이었다.

임정환 G마켓 마케팅 실장은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한 구매를 하려는 일명 ‘나심비’가 주요한 구매 잣대가 되고 있다”며 “소비 역시 본인을 위한 투자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으면서 욜로소비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생 돈을 모아도 내 집을 장만하기 힘든 현실에서 욜로 소비가 자기만족이 강한 제품을 구매로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한 소비 형태로 풀이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층 중심으로 욜로 소비가 늘어나 일부 기업들도 이에 맞춰 소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면서 “욜로 소비 성향에 따라 고가의 가방, 보석을 비롯해 자동차 소비도 점차 늘어나겠지만 계획 없는 무분별한 소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