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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슈퍼문'의 대보름, 그리고 늑대를 멸종시킨 '늑대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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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칼럼] '슈퍼문'의 대보름, 그리고 늑대를 멸종시킨 '늑대인간'

김형근 편집위원
김형근 편집위원
[글로벌이코노믹 김형근 편집위원] 늑대 같은 남자?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아마 정말 늑대 같은 남자를 만났다면 가장 좋은 남편감을 만난 거다. 늑대는 포유류 가운데서 유일하게 일부일처를 하는 동물이다. 평생 단 한번 선택한 암컷 하고만 교배를 한다. 그리고 먹이를 잡으면 새끼와 암컷이 먼저 먹일 정도로 가정적이다. 그리고 암컷이 죽어도 새 장가를 가지 않을 정도로 절개가 넘친다.

사자, 호랑이, 그리고 조류 가운데서는 공작을 보라. 갈기와 아름다운 겉 무늬, 그리고 화려한 꼬리로 자랑하고 폼만 잡을 뿐 사냥을 하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결코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얼굴 값을 하는 꽃미남들이다. 늑대처럼 야생에서 아내를 이처럼 사랑하는 동물은 찾기 힘들다.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암컷과 새끼를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만 근친혼이 나쁘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알고 있으며 본능적으로 생존의 지혜를 터득한 종이다. 장가를 가 독립한 후에도 늙은 부모를 찾아간다. 그리고 먹이를 갖다 준다.

사람들은 늑대를 으스스한 밤에 전율을 일으키며 울부짖는 공포의 동물로 생각한다. 로키산맥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프리카에 번성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완전 멸종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늑대는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스토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늑대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많다. <빨간 모자>나 <아기돼지 삼형제> 등의 동화, 보름달이 뜨면 변신하는 늑대인간 설화와 이를 소재로 한 <울프 맨> 등의 공포영화처럼 악의 화신으로 다루는 내용들이 있다. 이와 반대로 늑대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나오는 로마 건국 신화와 <정글북>, 그리고 늑대와 교감하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영혼을 강조하는 <늑대와 춤을> 등도 있다. 이처럼 늑대는 인간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애증(愛憎)의 극과 극에 있다.

늑대에 관한 증오는 인류의 수렵 생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약한 인간들에게 늑대는 같은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던 가장 가까이 한 라이벌이었다.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면서 숲의 일부를 없애 서식지를 만들고 목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숲을 점차 잃은 늑대는 보름달이 뜨면 울부짖으며 인간들의 서식지로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고 가끔은 인간을 해치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인간을 해쳤다는 분명한 증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늑대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화해할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다. 이것은 공포로 귀결되었다.

늑대가 본격적으로 괴물로 등장한 것은 중세시대다. 늑대에 대한 공포와 금기가 바로 <늑대인간>을 낳았다. 바로 보름달과 함께 말이다. 중세 유럽에서 늑대인간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현상이며 믿음이었다.
마녀사냥이 한참 유행하던 당시 늑대인간에 대한 재판 기록만 3만 건에 이를 정도였다. 이교도를 처형하기 위한 마녀 재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늑대인간으로 씌워 처단한 재판도 허다했다.

이처럼 사냥감의 라이벌이었던 늑대는 인간에게 결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었다. 보름달이 들 때 악마가 인간이 되어 울부짖는다는 늑대인간의 영어 werewolf는 were(man)과 wolf의 합성어다. 반인반수(半人半獸), 또는 인간과 늑대의 짝짓기로 탄생한 혼혈 괴물을 의미한다. 늑대를 향한 ‘절멸 사냥’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정월 대보름은 그해에 가장 큰 달인 ‘슈퍼문(super moon)이 뜨는 날이다. 과학적으로 원래 슈퍼문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을 때의 달로 그 때의 달이 보름달일 때를 말한다. 이 때 해수면 상승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가 1년중 달이 가장 크다.

보름달이 동양에서는 풍요의 상징이라면 서양에서는 악마의 탄생을 상징한다. 양서류를 비롯해 일부 동물들의 짝짓기가 보름달 때 가장 왕성하다는 과학적 연구가 있다. 동물의 기(氣)가 가장 충만한 날로 생각할 수 있다. 슈퍼문에 대한 두려움은 신화와 전설, 그리고 기독교적 환상인 바로 늑대인간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