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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초창기 10만 시간 LED 전구 수명 단축, '주범'은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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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초창기 10만 시간 LED 전구 수명 단축, '주범'은 카르텔?

LED 판매 제품 대부분 7500~2만5000시간으로 줄어
백열전구 패키지에 '1000시간' 표시제는 평균 정격수명

LED 전구는 1996년 탄생했을 당시 5~10만시간의 긴 수명을 자랑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발전은 없이 그 수명은 4분의 1로 대폭 줄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LED 전구는 1996년 탄생했을 당시 5~10만시간의 긴 수명을 자랑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발전은 없이 그 수명은 4분의 1로 대폭 줄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LED 전구가 세상에 등장한 초창기 패키지 상자에는 '5만시간에 달하는 긴 수명' '10만시간 사용 가능' 등의 문구로 LED 전구의 수명을 자랑했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고 있는 LED 제품의 대부분이 7500~2만5000시간 정도의 수명으로 크게 단축됐다. 1996년 탄생한 LED는 불과 20년 만에 140년 역사를 지닌 백열전구를 제치고 조명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런데 왜 LED 전구의 수명은 당초보다 크게 줄어들었을까. 이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 글로벌이코노믹은 LED 전구의 생산 및 판매에 대한 실체를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 LED 전구 정격수명, '칩' 아니라 '드라이브'가 결정


백열전구의 패키지에 '수명은 1000시간'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 여기에서 '수명'은 평균 정격수명을 가리킨다. 이는 규정 조건하에서 시험했을 때의 평균 수명 값을 나타낸 것으로, 전구의 초기 샘플 중 50%가 수명을 맞이한 시점이 '평균 정격수명'이 된다고 한다. 즉, 전체 전구 중 절반 정도만이 패키지에 적힌 수명을 달성하고 수명을 다하는 반면, 나머지 절반은 패키지의 수명을 넘어서도 계속 빛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백열전구의 사례를 토대로, LED 엔지니어 테드 야포(Ted Yapo)는 LED 전구의 수명과 구조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최근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해킹 관련 소식 전문 블로그인 해커데이닷컴(hackaday.com)을 통해 밝혔다. 야포 씨는 LED 전구의 수명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실제 LED 전구의 구조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한 'A19' 형의 LED 전구이면서, 수명이 '7500시간', '1만5000시간', '2만5000시간'으로 표기된 3종류의 전구를 구입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명 7500시간의 'Basic', 1만5000시간의 'Classic', 2만5000시간의 'Cree' A19 LED 전구의 분해. 자료=해커데이닷컴이미지 확대보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명 7500시간의 'Basic', 1만5000시간의 'Classic', 2만5000시간의 'Cree' A19 LED 전구의 분해. 자료=해커데이닷컴

위의 그림에 있는 3종류의 LED 전구는 왼쪽에서부터 수명이 7500시간인 '베이직(Basic)', 1만5000시간의 '클래식(Classic)', 그리고 2만5000시간의 '크리(Cree)'다. 분해 사진에서 보듯이, LED 전구는 빛을 발하는 'LED 칩'뿐만 아니라, 전원에서 보내지는 교류 전류를 직류 전류로 변환하는 'LED 드라이버', 그리고 '전해 콘덴서' 등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장 원인은 LED 전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LED 전구가 이처럼 다양한 부품을 갖추고 있는 이상, 고장 원인은 LED 칩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에도 있을 수 있다고 야포 씨는 지적했다. LED 전구의 고장 원인은 칩과 드라이버, 콘덴서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분해 사진을 들여다 보면, 수명이 7500시간인 LED 전구는 LED 칩과 LED 드라이버가 동일한 보드에 존재하는 한편, 나머지 두 종류의 긴 수명을 가진 LED 전구는 LED 칩과 LED 드라이버가 분리되어 연결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야포 씨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LED 전구를 구성하는 부품 중에서 수명을 제한하는 가장 큰 원인이, 세상을 밝히는 LED 칩이 아니라 반도체와 전해 콘덴서라고 밝혔다. 이 두 부품은 주로 고온으로 인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지는데, 주위의 온도가 10℃ 내려가면 수명이 2배로 늘어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이 사실을 토대로 수명이 다른 3종류 전구의 부품을 살펴보면, 제조사들이 전구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줄이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야포 씨가 분해했던 3종류의 LED 전구 중 가장 수명이 짧은 것은 LED 칩과 LED 드라이버가 동일한 보드에 존재하고 있어, LED 칩의 열 전도가 매우 쉬운 상태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LED 전구의 수명은 당연히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야포 씨는 지적했다. 그리고 나머지 2종류 모두 LED 칩과 LED 드라이버가 떨어져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열에 의한 고장에 강해져 수명이 길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여진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미국 에너지부(DOE)에 의해 새로운 흥미로운 결과가 밝혀졌다. DOE는 LED 기술의 연구 개발을 지원해 왔으며, LED 전구의 수명과 고장 원인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는데, 최근 DOE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LED 전구의 고장 원인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DOE가 옥외에 설치된 5400여개의 LED 램프에 대해 고장 원인을 조사한 결과, LED 칩 자체가 원인이 되어 고장난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반면, 59%가 LED 드라이버의 오류에 의해 고장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장 원인의 31%를 차지하는 전구를 보호하는 하우징의 문제는 실내에서 사용되는 LED 전구를 고려할 경우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았다. 결국 DOE의 데이터는 LED 전구의 수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LED 칩이 아닌 LED 드라이버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1만5000시간과 2만5000시간의 수명을 가진 LED 전구는 전해 콘덴서의 상한 온도에서도 차이가 발견됐다. 1만5000시간의 전구는 105℃, 2만5000시간 전구는 130℃가 상한 온도였다. 이 차이로 인해 LED 전구의 수명이 좌지우지된 셈이다.

■ LED 전구 죽이는 기술이 제조업체의 고급 기술


백열전구는 수명을 맞이한 시점에서 밝기가 10~15% 정도 감소한 이후 서서히 그 밝기가 줄어들기 시작해, 이내 완전히 빛을 잃게 된다. LED 전구 또한 오래 사용하다 보면 밝기를 점차 잃어 가고, 이내 충분한 밝기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LED 전구의 특성상 백열전구와 같이 한순간에 완전히 빛을 잃는 상태는 없고, 미약하나마 그 기능은 살아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LED 전구의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할 때 "고장으로 빛나지 않게 되어 버린다"는 시점 이외에, "밝기가 당초의 70%까지 감소했다"는 시점을 "LED 전구가 수명을 다했다"고 결정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밝기가 당초의 70%까지 저하되면, 누구나 그 차이를 눈치챌 만도 하다. 하지만 LED 전구가 매우 느린 속도로 그 밝기를 줄여나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기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LED 전구의 교체 주기는 길어지게 되며, 만약 제조업체들이 인위적으로 수명을 조작하지 않을 경우, 매출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이유로, LED 전구는 태어난 20년 동안 발전은 전혀 없이 줄곧 수명이 줄어든 것이다. LED 전구를 소비자가 모르게 죽이는 기술이, 바로 제조업체의 고급 기술이 된 셈이다.

■ 백열전구 수명은 '포이보스 카르텔'이 지배


전구의 수명을 말할 때는, 일찍이 백열전구의 생산과 판매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카르텔 '포이보스 카르텔(Phoebus cartel)'에 대해 피해갈 수 없다. 제1차 세계 대전 후인 1924년에 맺어진 포이보스 카르텔은 미국과 프랑스, 헝가리, 영국, 독일 등 여러 국가의 기업에 의해 맺어졌으며, 이들은 "백열전구의 수명이 100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포이보스 카르텔이 체결되기 이전에는 1500시간~2500시간 이상의 수명을 가진 백열전구가 있었다. 하지만 카르텔은 "긴 수명의 백열전구는 효율이 떨어지고, 광량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달아, 참여 기업들이 1000을 넘는 수명의 전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동맹를 맺었다.

이후 카르텔 회원사가 판매하는 백열전구는 상시 검사를 통해 수명이 1000시간보다 훨씬 짧거나 현저하게 길거나 하면 벌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당시 이러한 벌금 계약에 대해서는 일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며, 전구의 수명이 일률적으로 1000시간 정도인 것에 대해서만 "효율성 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이론적 근거가 있다"는 분석만 따랐다.

그리고 카르텔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을 빼고, 거의 20년 가까이 백열전구의 발전을 계속 방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카르텔은 백열전구의 밝기를 11~16% 정도 늘리는 것으로 수명을 대략 절반으로 줄였으며, 그 결과 백열전구 제조 기업은 이전보다 두 배나 많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과거 백열전구의 '포이보스 카르텔' 참여 기업이 여전히 대부분의 LED 전구를 제조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과거의 규정이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의심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