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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탈원전으로 기진맥진 …공과대 설립재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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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탈원전으로 기진맥진 …공과대 설립재원 어떻게?

비상경영불구 해법찾기 골몰 …올해 2조4000억 영업익 적자 예상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한국전력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한국전력공사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적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012년 이후 6년만이다. 아직 공시 전이지만 한전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 영업이익은 94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한전이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영업적자가 2조 4000억 원 예상돼 '적자 늪'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때와 비교하면 가히 '롤러코스터급 하락'이다.

여기에 설립비용 50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과대학을 내년 하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설립비용과 별도로 매년 600억원의 운영비도 소요될 전망이다.

이같은 적자랠리와 한전공대 공사비에 따른 경영 압박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전 안팎에서 '전기료 인상'이 거론되고 있어 결국 국민의 혈세로 재정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 "올해 2조4000억원 영업익 적자 예상...비상경영 추진"


12일 한전이 내부문건으로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영업이익 2조4000억원 적자, 당기순손실 1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적자 증대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전기 생산단가가 가장 싼 원전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원유 등 전력 생산비용과 친환경 에너지 구입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의 영업이익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2017년부터 가파르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전 내부문건에서도 올해 적자 전망 원인의 하나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명시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500메가와트(㎿)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일정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는데 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국내 5대 발전공기업은 한전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이들 발전공기업이 지불하는 REC 구입액은 한전의 연결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비상경영을 통해 올해 약 1조 7000억원의 비용을 줄여 영업 적자를 1조원 이내로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이익개선 계획 중 하나로 명시한 것이 바로 '전기요금제 개편'이다.

한전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익개선 방안의 하나로 '주택용 누진제 및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이 제시돼 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이란 한 달에 전기를 200kWh(누진제 1단계) 이하로 쓰는 주택용 가구에 4000원 요금을 깎아주던 기존 공제 혜택을 폐지한다는 의미다. 공제혜택이 없어지면 전기료가 오르게 되는 가구는 총 956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폐지)을 포함한 누진제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TF)에서 오는 3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한 뒤 6월까지 개편을 완료한다는 복안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필수사용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누진제 개선 입장을 꺼내고 "조금 '과감하게'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강조할 만큼 '적자 압박' 위기감을 드러냈다.

올해 적자 확대에 내년 한전공대 착공까지...재원조달 계획은 '백지'


더욱이 한전은 내년 하반기 공대 착공까지 계획되어 있어 재정악화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한전공대설립단은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에 들어서는 한전공대를 오는 2020년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공개된 '한전공대 설립 용역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수 100명 규모로 설립되며 등록금 전액 면제, 기숙사 무료 제공, 고액 연봉의 국내외 교수진을 표방하고 있다. 자체수입 창출이 없는 곳에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설립 재원만 약 5000억 원, 설립 후 운영비도 매년 6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전공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 설립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 존속을 위한 매년 600억원의 운영비다.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는 한 한전의 단기간 내 적자구조 탈피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학부지는 부영그룹의 기부채납으로 해결됐다치더라도 대학이 들어서는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0%대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바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울산과학기술원법과 같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국민세금을 끌어들이는 '전기료 인상'을 통해 한전의 적자를 메워야 할 판이다. 자유한국당이 1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제 한전은 망하거나 전기료를 올려 국민 부담을 늘리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고 힐난한 이유와 맥이 닿아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이 기금은 법 시행령 제34조에 전력산업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금은 현재 5조원 안팎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기금 역시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이 고지서에 합산돼 청구된다. 어차피 국민부담인건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한전 관계자는 이 내부 문건이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검토중인 사항"이라며 최종 확정된 내용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특히 "주택용 누진제 개편은 비상경영 추진계획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전공대 재원마련 계획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한전공대 설립 용역 최종보고서가 오는 3월 말에 나올 예정인 만큼 아직 재원마련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12월 이후 에너지가격이 안정 추세이고, 원전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어 한전의 재무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재정 적자' 파장 확산을 차단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