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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2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시행...약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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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2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시행...약될까 독될까

수자원공사, 19일 이사회 일정 결정...2월 중 개최
경영계 "경영권 침해...민간기업 확대 반대"
노동계 "참관제는 전에도 존재...의결권 갖춘 노동이사제 도입해야"

한국수자원공사 전경. 사진=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전경. 사진=한국수자원공사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달 중 근로자를 대표하는 이사가 참관하는 이사회를 개최한다.

수자원공사는 19일 이사회 일정을 확정하고 이달 중 이사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 이사회에는 근로자 대표 이사가 참관한다. 아직 근로자 대표 이사는 선임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등 9개 공공기관이 이달부터 열리는 이사회에 순차적으로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한국석유관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장학재단, 문화예술위원회, 한국정보화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이 이 제도의 도입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준비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들 기관 외에도 5개 공공기관이 노사간 막바지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이어어서 제도 도입 기관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근로자 대표가 발언권, 의결권 없이 이사회에 참석해 참관하는 제도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2017년 국정과제에까지 포함시켰다. 문 대통령은 노동이사제를 우선 공공부문부터 도입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경영계는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 개정이 없어도 시행이 가능한 근로자 참관제를 시범 도입한 것이다.

서울시가 처음 도입해 운영 중인 노동이사제, 여전히 찬반 논란 중


노동이사제는 이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다. 노동자가 의결권을 가지고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만큼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1951년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19개국이 운영 중이고 그리스, 스페인 등은 공공부문에만 적용하고 있다.

독일은 5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장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근로자 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독일은 실질적 집행기구인 경영이사회와 견제 기능의 감독이사회가 나뉘어져 있는데 근로자 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이사제는 박원순 시장에 의해 서울시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서울시는 2016년 직원 100명이 넘는 산하 투자·출연 기관은 근로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임명하도록 조례를 제정했으며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등 16개 투자·출연 기관 모두 근로자 이사를 임명했다.

서울시에 이어 광주광역시와 경기도도 근로자 이사제를 명문화한 조례를 제정했다.

정부는 근로자 참관제를 넘어 궁극적으로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부터 도입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에 관해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돼 실현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명시한 헌법에 위반되고 의사결정과정을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되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아직 공기업에만 도입 단계라 섣불리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하지만 참관제든 노동이사제든 민간 기업에 확대한다면 결코 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본고장인 유럽의 노사문화는 대립관계인 우리나라 노사문화와 다르다"며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임금협상과 이에 따른 파업 등 단체행동이 연례화되어 있는 만큼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사전조정' 함으로써 '갈등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에서도 노동이사제의 효용성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며 의결권은 물론 발언권도 없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정책 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사회공공연구원의 김철 연구실장은 "명칭만 다를 뿐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참관하는 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 때에도 몇몇 공공기관이 재량으로 시행해 왔다"며 "경영계의 반발로 노동이사제 대신 참관제가 정착되는 수준으로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서울교통공사 등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 1년 넘게 노동이사제를 운영해 본 결과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다"며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근로자가 이사로 참여하니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외이사 등이 경쟁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현행법 범위 내에서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다 보니 참관제를 도입하게 됐다"며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는 입법부의 관련법 개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