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마저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전당대회는 김 빠진 맥주가 될 뻔했다. 반쪽 이상의 대회는 치르게 됐다고 할까. 처음 8명이 출사표를 띄웠었다. 하지만 심재철 주호영 안상수 정우택은 전혀 변수가 되지 못했었다. 이들의 불출마는 하등 영향을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황교안 오세훈 홍준표 3파전으로 봤었다. 김진태는 나름 철학이 있는 만큼 이들 넷과 비교할 수는 없다.
오세훈도 밤새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홍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득실을 따졌을 터. 홍준표를 지지했던 표가 황교안이나 김진태에게로 가지 않을 것으로 봤을 듯싶다. 앞서 홍준표는 오세훈에게 후보 단일화 얘기를 꺼냈었다. 셋이 경쟁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정치 수에 있어서는 홍준표가 오세훈보다 한 수 위다. 그러면서 자신은 먼저 빠져 나갔다.
박지원도 오세훈이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한 것과 관련, "처음에는 보이콧 한다고 했다가 홍준표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니까 출마하겠다,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한 모습이 지도자로서 그렇게 크게 감명을 못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홍준표에 대해서는 "역시 뭐 홍 전 대표는 고수"라며 "자기가 이번에 출사표를 던져서 패배한다라는 것을 감지하기 때문에 박근혜 당에서 도저히 승리할 수 없다 하는 계산을 해서 다음을 도모하려고 물러서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지원의 말처럼 "가장 곤란해진 것은 오세훈 전 시장"이 맞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한 번 겨뤄볼 만 하다고 예상한다. 아직 선거일까지 2주일 이상 남았다.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또 생길지 모른다. 황교안은 정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다. 위기 관리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오세훈과 김진태와의 TV토론에서 밀릴 수도 있다. 정치는 정말 알 수 없다. 야구가 9회말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르듯이.
오세훈다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홍준표처럼 막말에 가까운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 것과 같은 실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러 그랬겠지만 오세훈답지 않다. 그는 신사 이미지를 갖고 가야 한다. 황교안 김진태와 멋진 승부를 해라. 결과를 떠나 재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기에.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