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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에 '세탁기 보복관세' 매긴다...WTO 연간 8480만달러 양허정지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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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에 '세탁기 보복관세' 매긴다...WTO 연간 8480만달러 양허정지 판정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매긴 과도한 반덤핑·상계관세에 맞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한 지 5년5개월 만이다.

WTO 한미 세탁기 분쟁 주요 판정 결과. 자료=산업통상자원부
WTO 한미 세탁기 분쟁 주요 판정 결과. 자료=산업통상자원부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중재 재판부는 이날 새벽(한국시각) 한미 세탁기 분쟁 관련해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8481만달러(약 953억원)의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고 판정하고, 이를 회원국에 회람했다.

양허정지는 교역국가간에 낮추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WTO 판정을 이행할 때까지 해마다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 미국은 지난 2016년 9월에 패소 확정된 WTO 상소심 판정을 기한 내(2017년12월26일)에 이행하지 않아 우리 정부는 지난해 1월 WTO에 미국을 상대로 연간 7억1100만달러 규모의 양허정지를 신청했다. 미국이 우리 측의 양허정지 상한액 수준에 이의를 제기했고 WTO 중재재판부가 최종 금액을 산정했다.

WTO 중재 재판부는 미국에 대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상한액을 연간 8481만달러로 정했다. 이는 당초 한국 정부가 주장한 금액(7억1100만달러)의 11.9%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청 금액은 최대 가능한 피해액을 산정한 것으로 과거 판례를 보면 보통 신청 금액의 1∼50%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중재 재판부는 이 금액에 더해, 향후 미국이 문제된 반덤핑 조사기법을 수정하지 않고 세탁기 이외의 여타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적용하는 경우 해당 수출규모, 관세율 등에 따라 추가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를 인정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0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이 반덤핑 협정에서 금지한 관세부과 방식인 '제로잉'으로 덤핑 마진(관세율)을 과도하게 평가했다며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제로잉을 일방으로 적용하면 덤핑 마진을 높일 수 있다. 덤핑 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는 그 차이가 그대로 인정된다. 그러나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은 경우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덤핑 마진이 올라간다.

정부는 업계 등과 협의해 WTO 협정에 따른 후속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결정된 중재 금액 기준으로 양허정지를 다시 신청한다. 미국의 어떤 품목에 얼마의 관세를 매길지는 WTO에 통보하면 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