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오만한 정치판 …민심을 살피지 않고 잡겠다?

기사입력 : 2019-02-0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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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조선 초 정도전(鄭道傳·?∼1398)이 들에 나갔다가 어떤 농부를 만났다.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하얀 노인이었다. 등에는 진흙이 묻어 있고, 손에는 호미를 들고 있었다.

노인이 정도전에게 물었다.

“혹시 선비가 아닌가. 옷자락이 길고 소매는 넓으며 행동거지가 의젓한 것을 보니 그런 것 같구나.”

노인이 또 물었다.

“아니면, 벼슬아치인가. 손발이 갈라지지 않고, 얼굴에 윤기가 있고, 배가 나온 것을 보니 그런 것 같구나.”

노인이 계속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가. 만일 벼슬아치라면 죄를 짓지 않고 왔을 리는 없는데….”

정도전이 시인했다.

“예. 맞습니다. 죄를 짓고 왔습니다.”

노인이 다시 물었다.

“무슨 죄를 지었는가. 욕심만 채우려다가 죄를 지었는가. 아니면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다가 하루아침에 형세가 쇠퇴해서 죄를 짓게 되었는가.”

노인이 질책하듯 물었다.

“나라와 백성을 외면하고 자기 몸만 온전히 하고 처자를 보호하는 계책으로 세월을 보냈는가. 그러다가 공론(公論)이 끓고 하늘의 바른 도리가 무심하지 않아서 발각되었는가.”

노인이 재차 물었다.

“당파를 만들어 큰소리치며 나라의 대사를 그르쳤는가. 곧은 선비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하면 화를 내고, 바른 선비가 도를 지키면 배격했는가. 나라의 형전(刑典)을 멋대로 적용하다가 악행이 드러났는가.”

노인이 알겠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죄를 알겠다. 힘이 없으면서도 큰소리치고, 윗사람 뜻을 거스르는 죄를 지었구나. 그런데도 귀양에 그치고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될 것이다.”

정도전이 가르침을 청했지만, 노인은 거절했다.

“나는 대대로 농사짓는 사람이다. 밭 갈아 나라에 세금 내고 나머지로 처자식을 양육할 뿐이다. 그 밖의 것은 알 바 아니다. 물러가라. 나를 어지럽히지 말게.”

정도전은 멋쩍게 돌아와서 ‘답전부(答田夫)’라는 ‘반성문’을 썼다.

올해도 ‘높은 사람들’이 설 민심을 돌아보고 있다. 그 민심은 정도전이 만난 농부처럼 싸늘했을 게 분명하다. 나라꼴이, 경제가, 먹고사는 형편들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제역까지 겹치고 있다.

그렇다면, 높은 사람들은 정도전처럼 ‘반성’을 좀 했을까.

그랬을 리가 없는 듯 보이고 있다. 민심을 살피지 않고 ‘잡겠다’며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겸허하게 헤아려도 욕먹을 판에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떤 정당의 경우는 민심에, 당심(黨心)까지 잡겠다고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민심은 살피는 게 아니라 잡는 물건일 뿐이다. 국민을 아래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민심을 ‘주머니 속 물건’처럼 착각들이다.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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