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사주팔자 100% 일치하는 두 사람의 운명

기사입력 : 2019-02-05 06:25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center
[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조선 때 호색하고,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성종 임금이 어느 날 기발한 장난거리를 생각해냈다. 사주팔자가 자신과 똑같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진 것이다.

성종은 신하를 불러서 자신과 생년월일이 똑같은 여성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신하가 찾아온 여성은 여종 출신이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선, 여성은 성종이 즉위하던 해에 여종 신세를 면했다고 했다. 성종의 부인인 왕비가 사망한 날짜에 여성이 자기 남편과 사별한 것도 비슷했다. 길흉화복이 이것저것 일치하고 있었다.

성종이 희한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그대의 ‘과거사’와 나의 ‘과거사’는 아주 비슷하구나. 이렇게 만난 김에 나의 후궁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그러나 여성은 공손하게 거절했다.

“소녀 역시 성품이 번화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나라 때 측천무후가 남자 첩을 둔 것처럼 12∼13명 정도의 남자 첩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밝힘증’까지 성종과 닮은꼴이었던 것이다. 성종은 무릎을 치며 호탕하게 껄껄거렸다.

“남자 중에는 내가 있고, 여자 중에는 그대가 있구나.”

정태화(鄭太和 1602∼1673)는 영의정을 6번이나 지낸 대단한 관리였다.

이 정태화가 젊었을 때 과거 치를 준비를 하려고 삼각산에 있는 절에 들어갔다. 그런데 자기 또래의 청년이 먼저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청년은 눈도 돌리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다. 말을 걸기도 미안할 정도였다. 며칠 후에야 겨우 대화할 틈을 내게 되었다.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태화와 청년은 태어난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시간까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사주팔자가 똑같았던 것이다. 정태화는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청년은 갑자기 시무룩해지면서 책 보따리를 챙기더니 절을 떠나려고 했다. 정태화가 붙들며 이유를 물었다. 청년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어렸을 때 사주팔자를 봤는데, 벼슬길이 기 막히게 좋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부모가 공부를 하라고 절에 보내준 것입니다. 그랬는데 사주팔자가 똑같은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당신은 재상집 아들이니 복도 당신에게 몰려갈 것 아닙니까.”

청년은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며 떠났다.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이후 정태화는 순조롭게 벼슬길을 밟았다. 사주팔자처럼 출세할 수 있었다.

청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곧바로 낙향해서 처녀와 과부 ‘수십 명’을 이끌고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집 짓고, 밭 일궈 농사지으면서 ‘수많은’ 자손을 만들었다. 정태화 때문에 벼슬 복은 놓쳤지만, 자식 복만큼은 제대로 잡았던 것이다.

나라 경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설을 맞아 새해운세를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726명을 설문한 결과, 59.8%가 “새해운세를 봤거나 볼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마음이 답답해서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주팔자가 같은 사람끼리도 엇갈리는 게 운명일 수 있다. 점을 치며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황금돼지의 해를 충실하게 살기로 결심하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오늘의 핫 뉴스

실시간 속보

금융 최신기사

데스크칼럼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