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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년...근절되지 않는 공기업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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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년...근절되지 않는 공기업 성폭력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옥. 사진=한수원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옥. 사진=한수원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지난해 1월 '미투(Me Too)' 운동이 본격 시작된 이후 공공기관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펼쳐져 왔지만 아직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공기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경주여성노동자회 등 대구경북지역 여성단체 소속 100여 명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 여자축구단 감독이었던 하 모씨의 성폭력 및 직장내 성희롱 폭로와 관련해 진상조사 및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여성단체 등은 “한수원은 여자축구단 감독의 성범죄 전력을 알고도 감독으로 선임하고, 축구단 내부 성폭력 사건 후 피해 선수에 대한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대책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난 23일 한수원 여성 노동자의 추가 미투선언으로 이를 다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여자축구 W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한수원 여자축구팀 감독이었던 하 모씨를 지난해 9월 시즌 도중에 내보냈다. 당시 한수원은 사유를 '감독 개인 사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하 전 감독과 결별한 이유가 성추행 사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3일 긴급조사팀을 구성해 한수원 여자축구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더욱이 하 전 감독은 지난 2016년 1월 16세 이하(U-16) 여자대표팀 감독 시절 성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를 직원에게 보내 직장 내 성희롱으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해임을 당한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한수원이 팀 창단 당시 하 전 감독을 선임해 더욱 논란이 커졌다.

또한 23일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 인재개발원 한 여직원은 2014년 입사 이후 당시 인재개발원노조위원장 등 상사 3명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참다 못해 지난해 5월과 6월 이들 3명을 성희롱으로 회사에 신고했으나 한수원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자료를 통해 "여자축구단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감독의 즉각 중징계 및 피해자 보호 등 조치를 취했고, 감독 선임 당시 전문업체를 통해 축구협회 관계자들 대상 7개 항목 평판조회 결과 이상이 없어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인재개발원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도 한수원은 "신고 즉시 분리조치 및 관련 절차를 진행했으며 가해자 등 모든 조사를 마무리해 2월 중 결과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지난 28일 한수원 상임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필리핀 여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한 한수원 간부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피해 직원에게 회유성 문자를 보낸 간부에게 각각 해임과 견책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밝힌 최근 5년간 산업부 산하 공기업 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성추행의 경우 2014년 10명, 2015년 13명, 2016년 17명, 2017년 16명, 2018년 8월 현재 20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특히 한수원은 한국전력(14명)에 이어 두번째로 성추행 사유로 인해 징계 받은 직원이 많은 기관(8명)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서 3위로 나타난 가스공사(7명) 역시 최근 지난 연말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지역본부 간부 한 명을 무보직 발령하고 감사를 통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가스공사 관계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2월 코레일충북본부의 한 간부직원이 송년회 회식 후 차안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직위해제된 바 있으며, 지난해 8월 한국중부발전의 한 3급 간부는 부하 여직원 3명 및 협력업체 콜센터 계약직 여직원에게 수차례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을 해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강도높은 조치들이 도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에서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공기업에 만연한 기강해이와 안일한 조직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