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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자동차산업, '넛 크래커'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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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자동차산업, '넛 크래커'로 전락

中에 추월당하고 곧 멕시코에도 뒤처질 처지 …도요타처럼 이익공유 검토해야

취임후 첫 현장방문에 나선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 13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서진캠을 찾아 생산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취임후 첫 현장방문에 나선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 13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서진캠을 찾아 생산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민구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중국과 멕시코 사이에 낀 '넛 크래커(Nut-Cracker:진퇴양난)' 신세가 됐다는 암울한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부품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관행을 깨고 일본 자동차업체처럼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한국 자동차 생산량 2011년 정점 찍은 후 하락세


일본 경제 전문 잡지 ‘니케이 아시안 리뷰(이하 니케이)’는 30일 ‘한국 자동차산업 세계 순위에서 더 밀려(South Korean auto industry slides further in global ranking)’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자동차산업 현황을 집중 해부했다.

니케이는 한국 자동차 생산이 주요 수출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주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업체 수익성도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자동차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부품 납품업체에 대한 압박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03만대로 2017년(412만대)에 비해 2% 감소했다.

두드러진 대목은 국내 자동차 생산이 지난 2011년 466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좀처럼 생산량이 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한국은 그 자리를 중국에 양보했고 2017년에는 인도에 밀렸고 지금은 멕시코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양상이다.

게대가 계열사인 기아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현대차는 일부 생산라인을 멕시코와 인도로 옮겼다. 또한 한국지엠도 최근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국내 자동차산업은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양상이다.

■ 협력업체와 이익공유하는 도요타 반면교사 삼아야


현대차와 부품 협력업체가 처한 어려움은 미중 무역전쟁, 자율주행자동차, 차량공유, 커넥티드카, 전기차 등 차세대 기술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특히 세계 각국 차량 부품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하는 등 제휴관계를 맺는 모습도 한국 자동차업계로서는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대차와 제휴해 반도체와 배터리 이외 부품을 만드는 것도 해결책이라고 니케이는 주문했다.

현대차는 국내산 자동차의 약 60%를 북미, 유럽, 그리고 중동지역에 수출한다.

현대차는 미국시장 수출부진으로 영업이익이 6년간 감소세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내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7%나 급감해 21억6000만 달러(약 2조4200억 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 늘어난 97조 원에 머물렀다. 12월 결산법인 현대차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5년 연속 1조원대도 안된 점은 충격적이라고 잡지는 진단했다.

국내 생산공장과 부품 계열사 수익성은 주요 수출시장의 매출 부진으로 악화된 모습이다.

자동차가 한국 수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수입감소는 자동차 산업을 넘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울산에서 지난해 12월 자동차용 조향장치를 공급하는 부품 제조업체 세광정밀이 경영악화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 1차 협력업체 리한도 지난해 11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공기 흡입구 부품 공급업체 리한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향후 구조조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어든 이후 현대차 협력업체가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련의 법정관리 신청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기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니케이는 주장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851곳이며 2~3차 협력사는 8000여곳에 달한다. 국책 산업연구기관 산업연구원(KIET)은 국내 자동차 1차 협력사 매출의 80%가 현대차에서 비롯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니케이는 현대차가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이 성공하면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부품업체들은 자동차 완성업체가 거둔 수익의 일부를 받지 못하고 외국 자동차 회사들과 거래하면 완성차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당한다. 이에 비해 도요타자동차는 부품업체들이 다른 자동차회사들과 함께 일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니케이는 강조했다.


김민구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