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본의 국제문제 전문가가 이번 회담으로 아베는 "지옥으로 가는 길"에 처해 있다는 논평을 남겨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제시한 공동 경제 활동이 시작되면, 영토에 대한 주권은 물 건너갈 공산이 커, 시작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주장이다.
이어 푸틴은 "회담은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러일은 앞으로 쌍방이 수긍하고, 양국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양국은 평화조약 체결의 의향이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베는 러일 양국이 북방 4개 섬(러시아名 남쿠릴제도)에서 "공동 경제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그런데 경제 활동을 통해 우회적인 문제 해결을 택한 아베의 발언이, 일본 국내 전문가들에게는 그리 탐탁지 않은 방향으로 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이 영토에 대한 주권 해결에 집중한 반면, 아베는 경제 활동에 치중한 결과, 양측은 동상이몽을 연출해 해답은 얻지 못한 채, 오히려 일본의 영토 주권 요구는 꺼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큐슈대학 법학연구과 이와시타 아키히로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활동과 영토 주권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며, "아베는 북방 섬의 경제 활동을 통해 영토 문제의 해결을 재촉하려 하고 있지만, 이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섬의 주권을 유지하는 상태의 합의를 원하는 것이 보이는데, 이 때문에 "협상이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이번 회담을 통해 아베는 "지옥으로 가는 길"에 처해 있다고 일축했다.
상당수 러일 전문가들 또한 양국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 투데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관계와 신뢰가 새로운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는 길고 고통스러운 노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