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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꼰대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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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꼰대 대처법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고집 세고 자기중심적인 사람. 자신의 생각은 항상 선하고 옳다고 생각한다.” 손혜원 의원의 평판이다. 그와 한번 척을 진 사람은 두 번 그와 맞붙길 싫어한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직접 만들고 홍보한 공로를 아는 이들은 안다. 추진력 강한 대단한 사람으로 손 의원을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후 18대 1로 싸우기를 각오하고 당을 떠난 그가 처음 등장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국회 정론관이었다. 빙상계 기자회견에 그가 나타난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이었다. 그를 컨트롤할 자 누구일까. 미친 리더십이 낳은 양면이다. 손 의원이 리더라고 생각지 않지만, 최근 본인과 관련된 리스크 대응은 그런 소리가 나올 만하다. 물론 그의 행보에 여러 말이 나온다. 시선 돌리기, 물타기 등등…. 있는 자들의 부동산 투기는 어떤 이유로도 환영받지 못한다. 손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으로 자신과의 의혹을 해명하고 되받아쳤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무식하다고 퍼붓었고, 기자들에게는 사실확인한 후 제대로 써라로 요약했다. 거침없는 입담이었다. 물론 너무 거친 입담은 부메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기자회견 후 여론은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거다. 직장에 흔히 있는 꼰대처럼 행동하지 않아서다. 고집불통 꼰대 손 의원의 평판이 긍정적으로 '업' 됐다.

직장 안에는 어마 어마한 꼰대들이 존재한다. 꼰대란 권위만 앞세워 갑(甲)질을 일삼는 나이 많은 이를 말한다. 꼰대를 피하려 직장을 그만두는 이들도 많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꼰대는 마치 이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 같은 존재다. 멀쩡한 치아를 썩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분명 치간 칫솔이 필요해 보이지만, 알면서도 모른 척 아니면 아예 모르고 넘어가기 일쑤다. 꼰대들이 만든 조직 문화가 보통 그렇다. 정작 그들은 썩은 문화를 모른다. 썩을 대로 썩어 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한 때 조직 안에서 리더로 급부상한 이들 중에는 미친 리더십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조직도 허약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을 간절히 원할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들을 원하는 조직은 많다. 예를 들면 A마트 B대표이사가 그렇다. 그는 조직 내에서 충성맨으로 통한다. 지난해 직접 갑질을 하고 회사가 갑질을 했지만 인사에서 살아남았다. 강력한 리더십은 그의 평판이 됐고, 그를 잃으면 무조건 손해라는 회장의 부심이 작용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B대표는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굽혀야할 때와 권위를 내세울 때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와 함께한 직원들은 B대표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라며 치를 떤다. 그만큼 철두철미하면서 판단력이 빠르다는 반증이다. 목에 힘이나 주는 그래서 아랫사람 알기를 예사로 아는 버릇을 가진 여느 꼰대와는 다르다. 자기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어떻게해서든 아랫사람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이례적라는 말이 나온다. B대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몇 달 전 해방둥이 기업을 자처하던 식품업체 홍보임원이 잘렸다. 회장 말에 토를 달았다는 황당한 이유에서다. 20년도 넘게 조직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그의 짝사랑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충성에 비해 처우는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직원 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그랬을까. 꼰대 오너의 배신이다. 그는 더 이상 평생 모셨던 오너를 손톱 밑에 때만큼으로도 여기지 않는다. 오너와 회사를 죽을 때까지 씹고 다닐 것이다. 배신감에 대한 대가다.

혹시라도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안다고 갑질 하거들랑, 후배들 알기를 우습게 여겨서 그렇다고 되받아쳐야 한다. 뒤늦게 토 달았다간 배신당하기 십상이다. 잘린 임원처럼 되지 마란 법도 없다. 앞에서 못할 말 뒤에서 하고 다녀서도 안 된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응원도 받는다. 꼰대 대처법이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