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21일 한진그룹 측에 공개 제안서를 보내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KCGI 특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를 강조, ▲주주가치 관련 중대 현안을 검토·심의할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평가 기구인 ‘보상위원회’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 선임을 맡을 ‘임원추천위원회’의 도입을 제안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구성원 6명 중 경영진 추천 사내이사를 1명으로 제한하고 보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임원추천위원회에도 사외이사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KCGI는 제안서와 별도로 공개한 추가 자료에서 “한진그룹의 대주주 리스크는 그룹 전체 기업가치의 심각한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KCGI는 “2011년 이후 항공업계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한진해운 편입, 대규모 항공기 도입정책 추진, 호텔·레저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 등은 오너 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평가 훼손의 전형”이라며 “또 대주주 일가의 일탈 행위는 기업 이미지 실추에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배당수익과 관련해서도 “소수 주주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배당정책을 유지해야 하나 대주주의 일방적 결정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CGI는 “이번 공개제안에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들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KCGI는 또 “제안에 동참을 희망하는 한진칼, 한진 주주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제안서를 새로 개설한 ‘밸류한진’ 홈페이지에 올리고 주주들로부터 이메일을 받는 코너도 설치했다.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 한진 지분 8.03%를 확보, 두 회사 모두에서 2대 주주다.
그러나 한진칼의 경우 최대주주인 조 회장(17.7%)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28.70%를 가지고 있다.
한진은 한진칼(22.19%)과 조 회장(6.87%)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34.59%다.
KCGI의 지분이 이렇게 적지만,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가 가세한다면 조 회장 일가를 상대로 지분싸움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진칼 지분 7.34%와 한진 지분 7.41%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두 회사의 소액주주 비율은 48∼58%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