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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설탕의 저감화보다는 마음 다스리는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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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설탕의 저감화보다는 마음 다스리는 노력을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설탕을 약으로 사용하였던 시절이 있다. 성아우구스티누스는 사순절에 단식을 하는 기간 동안은 다른 음식은 먹지를 못하였어도 설탕은 약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고 하였다. 또 십자군 전쟁이 한창일 때 부상당한 병사가 환자 막사로 옮겨지면 침대에 눕히고 제일 먼저 처방을 하였던 것이 설탕 한 스푼이었다고 한다. 설탕은 싸움터에서 지쳐있던 병사들에게는 에너지원으로 설탕을 먹고 나면 잠시 원기를 회복한 듯 힘이 나고 마음이 평온하여지기 때문에 불안에 떨며 아픈 상처의 고통을 느끼는 군사들에게는 여간 힘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설탕은 그 생산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집단만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오늘날처럼 일반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신대륙 발견 이후 사탕무나 사탕수수의 재배가 확대되었고 노예를 이용한 대규모 농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설탕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던 중 산업혁명을 통해 일반인들도 돈이 생기면서 설탕의 소비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설탕의 섭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당뇨환자들도 발생하고 아울러 비만인구도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비단 설탕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품의 공급도 원활해지고 다양해졌으며 많은 양의 식품을 섭취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런 변화 속에 설탕도 일조를 하기는 하였다.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였던 영국 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설탕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하였다. 설탕의 소비는 줄어들기 시작하였으나 비만 인구는 계속 증가하였다.
2016년 영국의 보건후생성은 2020년까지 과자, 케이크, 초콜릿 등 10개 품목의 설탕함량을 20%까지 줄이라고 하였다. 지난해 5%의 저감화를 목표로 세웠으나 2%밖에는 줄이지 못하였다. 이 캠페인이 처음 펼쳐졌을 때도 너무 급격한 변화로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설탕이나 소금은 식품의 소재중 여러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값이 싼 재료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영국은 설탕세를 부과하면서까지 강하게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미생물을 배양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포도당이나 설탕을 탄소원으로 이용하는 미생물에게 유당을 공급하면 이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포도당이나 설탕의 양을 줄여 나가면서 유당을 공급하는 일을 반복해 보면 포도당과 설탕을 먼저 다 먹고 난 뒤 배가 고픈 상태가 되면 그제야 유당을 섭취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려고 적응해 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여겨진다. 설탕의 양을 줄이면 다른 소재로 이것의 부족분을 채워 나갈 것이다. 요는 그 사람이 먹고 싶은 양의 칼로리를 어떤 식소재를 통해서 해결해 나갈 것이고 그것은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떤 식소재를 하나 줄여가지고는 비만과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활치 못하다.

문제는 전체적인 에너지 섭취를 줄여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만 문제의 접근을 설탕의 소비를 줄여서 해결하자는 노력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식탐의 욕심을 자제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오히려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왜 우리는 스스로 자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의 노력은 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배가 부르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면 설탕이 포함되지 않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해결이 되지 못한다. 설탕의 저감화 정책이라는 인위적인 방법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향으로의 교육과 지도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