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김영철의 미국 방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게 됐다. 그동안 김정은의 방중 행보 등으로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다. 김정은은 지난 7~1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4차 북중정상회담을 했다. 미국과의 만남에 있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북한의 등거리 외교와 다름 아니다.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될 것 같다. 미국 측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회담에 앞서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두 나라의 관계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지속적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에서도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철은 트럼프를 대통령을 예방하기 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미 고위급 회담을 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 부위원장과 (지난해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 노력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고위급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의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북미 간 실무 협상도 속도를 낼 것 같다. 양측은 조만간 회담 의제 등을 논의할 실무협상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이르면 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동이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동이 성사될 경우 두 사람 간 만남은 작년 8월 비건 대표가 임명된 이후 처음이다.
북미정상회담 윤곽이 드러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주목되고 있다. 아무래도 북미정상회담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미국과의 만남에 만전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북미를 연결시켜 주는 시계는 잘 돌아간다고 하겠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