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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는’ 대한항공, 올해도 ‘혹독한 시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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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는’ 대한항공, 올해도 ‘혹독한 시련기’

국민연금에 이어 KCGI 경영권 공세 예고, 수위 높아질 듯
싸늘한 여론 속 청와대 간담회 초대 받지 못한 조양호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제공>

올해도 한진그룹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지난해 ‘물컵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한진사태는 조양호 그룹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오너리스크’가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한진그룹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조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싸늘한 여론 속에서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예견된 국민연금의 움직임이지만 이를 신호탄으로 문재인 정부의 공세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에 초대받지 못한 조 회장을 겨냥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까지 한진의 시련은 지난해보다 더욱 혹독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조양 회장 일가의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11.56%)이자, 한진칼(7.34%)의 3대 주주이다.

다음달 초까지 최종 방침을 결정하면 국민연금은 3월 열리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대표이사의 연임 반대, 사외이사 선임과 해임 등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조 회장 등 한진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는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논의가 수탁자 책임 이행의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칼을 빼든 국민연금에 이어 행동주의 펀드 KCGI로 알려진 이른바 ‘강성부펀드’의 공세도 한진으로선 위협이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한진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2대 주주다. KCGI는 최근 (주)한진 지분 8.03%(96만2133주)를 사들이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기업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구조를 개선해서 주주로서 이익을 내려는 것”이라며 조 회장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KCGI가 연합 전선을 형성해 공세에 나설 경우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 조 회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항공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국적항공사 대한항공 회장이 제외된 것은 그간의 한진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데다 배임·횡령 의혹과 더불어 밀수 의혹까지 제기돼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 회장은 26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특수상해와 상해, 특수폭행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땅콩 회항’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고, 차녀인 조현민 전 전무는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물컵 갑질’의 장본인이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인하대 부정 편입 의혹을 받고 있는 등 조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모두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조 회장 일가의 논란으로 한 이슈들은 올 한해 이어질 것을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완강한 움직임은 한 기업의 경영권 위협은 물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