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보고 받은 첫 느낌이다. 사람마다 다를 터. 격식이 없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작년 7월 재벌 총수들과 첫 모임을 할 때는 더웠다. 따라서 상의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자연스럽게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재벌총수들이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 옷을 벗지 않았을까.
독자들도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하다. 한 독자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연출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기망행위 아닌가요? 아마도 청와대는 국민들을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으로 취급하는 듯”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다른 독자도 “커피산책~이 추운데~탁현민 나올 때 된 것 같다~그동안 쇼한다고 문통 많이 어색했다”고 거들었다.
반면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라 합니다. 경직된 자세보다는 셔츠차림으로 자유롭게 훨씬 많은 얘기들을 진솔하게 나눴을 거 같은데요. 젊은 제가 보기에는 넘 좋아보입니다.ㅎ”라는 의견도 올라왔다. “보여주기식의 다른 의도가 아닌 경직된 분위기를 벗어나 자유로운 토론을 갖고자 상의를 탈의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보자는 취지라 생각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상의 탈의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용만 회장이 이렇게 얘기하자 모두 상의를 벗었다. 혼자만 벗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대화가 진행된 청와대 영빈관은 꽤 높다. 난방을 해도 따뜻하지 않다.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만약 청와대 측이 박 회장에게 그런 주문을 했다면 “쇼”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다. “추우면 외투를 입으셔도 괜찮습니다.”
상의를 벗자는 얘기도 박 회장이 아니라 나이가 가장 많은 손경식 CJ회장이 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물론 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상의 회장이기는 하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장유유서를 중시한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불러 이 같은 행사는 갖는 것은 좋다. 앞으로 더 자주, 많이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형식에 치우친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내 눈에 비친 올해 기업인과의 대화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